●우리군 출신의 문학 작가는 큰 자산이다.
나는 문학에는 문외한이다. 소년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장에 나서면 펄펄 나를 것 같았지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마도 한 장도 읽기 전에 조름과 싸울 정도로 인문학적으로는 취미도 식견도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재미있는 소설책이라고 해서 누군가 구입하거나 빌려둔 책이 집안에 몇 권 정도는 있었겠지만 과연 끝까지 읽었는지 가물가물 하다. 그러나 자녀들이 장성 하고 취학을 하고 고학년이 되는 과정이 되자 집안에도 많은 책들이 꽃혀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 책들 중에는 분명히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책도 있었을 것이다.

나의 독서 편력이 그다지 내세울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듯이 서술하는 것은 우리 고장 출신의 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쯤에서 어렴픗이 짐작이 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그 소설가는 바로 이청준 작가이다.
나는 많은 작가들을 알지 못하지만 이청준, 한승원, 김제현 작가 정도는 알고 있으며 그 유명한 작가들이 장흥 출신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바로 이웃과  연고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이청준 작가의 약력을 보면 1939년 장흥군 대덕면 출신이고 10세 되던 해에 대덕동초등학교에 입학 하였다고 적혀 있으니 우리 선배임이 틀림없다.
수십여년전 그 유명했던 영화 “서편제”의 원작 소설이 이청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어느 해 용산면 남포에서 소설 축제 영화를 촬영해서 그 지역이 유명해졌던 이야기, 또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천년학이라는 제목으로  촬영되었던 회진면 산저 마을은 마을 이름까지 “선학동”으로 바꾸어 대내외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 우리 옆 마을 출신의 소설가 이청준이 장흥의 여러 곳을 이렇게 바꾸어 놓고 있다.

●이청준 문학 현장은 관광과 인문여행의 명소임에도 그 보존은 미흡하다.
그이의 생가는 복원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조금은 초라한 편이다. 그 생가의 방명록을 펼쳐 보면 이청준 작가의 명성이 짐작된다.
전국 각지의 독자들과 문인들과 인문 애호가들이 혹은 가족 단위로 혹은 단체로 방문하여 한 줄씩의 소감을 적어 놓고 있다. 그들의 방문 시기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있어서 문학의 힘. 큰 작가의 여운이 이런 모양으로 표출 되는구나 하는 감동이 따른다. 이렇듯 장흥은 이청준 작가를 비롯한 명성있는 문학 작가들로 인하여 선양되고 알려 지는구나 하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과 그 현장이 보다 모양 있게 대외적으로 부끄럽지 않게 관리되고 보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근간에 외지의 한 후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성님.. 잘 계시오. 사실 엊그저께 고향 갖다 왔소.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문화 모임에서 이청준 선생님의 명작 소설 “눈 길”의 현장을 답사하는 여정이어서 성님한테는 연락도 못했오예. 그것은 그렇게 되었고요. 아이고 그 눈길 현장이 왜 그 모양이라요. 원 부끄럽고 챙피해서... 그래서 하소연 삼아 전화 하요”
나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소설에서 한 새벽 쌓인 눈길을 헤치고 걸어온 모자가 부지불식간에 헤어지고 아들을 태운 버스는 매정하게 출발하여 어머니의 가슴을 애처럽게 하여 두고두고 회자 된다는 “대덕읍 삼거리 정류소”를 찾아가 보았다. 후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삼거리 정류소 자리는 이청준 문학의 창작 현장으로 이 땅의 문학 독자들이 꼭 한 번씩은 찾아 보고자하는 모성과 별리의 애틋한 명소로 회자 된다고 했다.
그런데 후배가 창피 하다고 표현할 만한 형편이었다. 소설속의 내용을 설명한 두 개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잡초 속에 방치된 안내판은 바래고 뒤틀려 있어서 내가 보기에도 민망 했다. 더불어 이런 사정을 지척에 두고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나 자신도 심히 부끄러워 졌다. 특히 후배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눈길 현장의 안내판도 쓰레기 무더기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망연해 지는 것 이었다.

●없는 문화의 주제도 만들어 선용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이다.
덴마크의 국민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의 조형이 실제로는 볼 것 없는 자그마한 조각상임에도 년간 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들이며 그 나라의 국격과 문화를 선양한다는 사실. 빨강머리 앤의 작가가 설정한 창작 현장인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인구가 10만여명 안팎이지만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를 찾아 방문하는 세계적인 문학 명소가 되었다.
이청준은 그의 작품이 세계 12개 국어로 번역 출간될 만큼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작가가 우리 장흥 출신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 선용하는 시대에 이만한 문학적 자산을 보존도 관리도 이 모양으로 방치하는 우리 장흥군의 사정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 글이 작은 울림이 되어 장흥군의 문화적 자산이 보다 효율적이고 모양있게 선양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래고, 뒤틀어지고, 잡초 더미에 방치된 안내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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