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Ⅵ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사략을 읽고
讀史略

混沌一殼何茫茫
혼돈의 한 세상은 어찌 이리 막막한가 
天開地闢肇三皇
하늘 땅 열리면서 삼황(三皇)이 나오셨네. 
伏羲炎帝而軒黃
복희와 염제 거쳐 헌원(軒轅) 황제(黃帝) 이르렀네. 
龍圖一自造書契
용도(龍圖)가 한번 나와 서계(書契)를 만들자
日用制作煥有章
일용의 제작들이 환히 법도 갖추었지. 
陽始陰終定律呂
음양으로 시종(始終)하여 율려(律呂)가 정해지고
上乾下坤垂衣裳
상하 건곤 본받아서 의복이 갖춰졌네.
金天顓頊歷高辛
금천(金天)과 전욱(顓頊) 거쳐 고신씨를 지나가니
有虞大聖嗣陶唐
큰 성인 우(虞)가 있어 도당(陶唐)을 이었도다. 
茅茨不剪階三等
지붕의 띠 자르지 않고 섬돌도 세 개 뿐이나
南風解慍琴一張
남풍은 성냄 풀고 거문고 연주했네. 
春歸蓂葉不復開
봄이 와도 명엽은 다시는 피지 않고 
秋高九疑空蒼蒼
가을에도 구의산(九疑山)은 홀로 창창하였네. 
下車泣辜感大禹
수레 내려 죄없음 울자 대우(大禹)가 감동하여
解網改祝嘉成湯
그물 풀고 고쳐 비니 성탕(成湯)이 훌륭하다. 
豊功茂德天亦佑
공덕이 풍성하자 하늘 또한 보우하사 
八百六十綿祚長
860년 면면한 복 길게 이어졌도다. 
肉山銅柱淫虐甚
육산(肉山)의 구리 기둥 음학(淫虐)이 지나쳐서
吁嗟桀受不肯堂
안타깝다 걸(桀) 임금은 앞선 뜻을 못 이었네. 
竄走鳴條滅有夏
명조(鳴條)에서 달아나매 하나라를 멸하였고
焚死牧野亡大商
목야(牧野)에서 불타 죽자 상나라가 망했다네. 
岐周王跡肇古公
기산(岐山)의 왕의 자취 고공(高公)에서 시작되어
祚隆文武成康王
복이 문왕 무왕과 성왕 강왕에서 융성했다네. 
楚澤膠舟溺不返
초나라의 아교 배는 가라앉아 못 돌아오고 
驪山烽火寒無光
여산의 봉화는 차게 식어 빛이 없네. 
平轍東遷王室衰
평왕이 동천(東遷)하매 주 왕실이 쇠해지니 
離離彼黍西周疆
서주(西周)의 지경에는 기장만 우거졌네.
匡靈景悼迄威烈
광왕 영왕 경왕 도왕 거쳐, 위열왕에 이르자
政敎陵弛頹紀綱
정교(政敎)는 허물어져 기강마저 무너졌지. 
已矣將聖道莫容
끝이로다 성인의 길 용납되지 아니하매 
畏匡危蔡陳絶糧
광(匡)을 피해 진채에서 위난 만나 굶었네. 
縱橫擾攘七暴國
사나운 일곱 나라 합종연횡 어지럽다
天地澒洞爲戰場
천지는 온통 비어 싸움터가 되었네. 
九鼎一朝入虎口
구정(九鼎)은 하루 아침 범의 입에 들어가고
天地澒洞爲戰場
천하는 진나라의 손아귀에 온통 들고 말았네.
木石徭煩民怨極
나무 돌 나르는 요역 많아 백성 원망 지극한데
焚坑禍慘吾道殃
분서갱유 참혹해라 오도(吾道)의 재앙일세.
轀輬鮑臭沙丘臺
사구대(沙丘臺)서 진시황 죽자 썩은 냄새 진동하고
素車繫頸軹道傍
지도(軹道) 곁서 흰 수레로 목을 매어 항복했지. 
天與人歸沛上龍
하늘과 사람 모두 유방(劉邦)에게 돌아오니
楚山沐猴徒强剛
초나라 원숭이는 한갓 힘만 굳셌다오. 
鴻門劍舞璧一雙
홍문연(鴻門宴)의 칼춤은 한쌍의 벽옥이요 
垓下悲歌淚數行
해하성(垓下城)의 슬픈 노래 몇 줄기 눈물일세. 
興劉功績誰最多
유씨를 일으킨 공적은 누가 가장 으뜸일까 
韓信蕭何張子房
한신과 소하와 장자방이 그들일세. 
美哉文景善守成
어여쁘다 문제(文帝) 경제(景帝) 수성을 잘하시니 
海內富庶民胥匡
천하의 온갖 백성 두루 구제 되었도다. 
如何武帝惑妖誕
어찌하여 한무제(漢武帝)는 요탄한 술(術)에 빠져
長生迂術求遑遑
장생의 어두운 꾀 구하기에 급급했나. 
栢樑仙掌露華冷
백량대(栢樑臺) 선인장(仙人掌)엔 이슬 꽃 차가웁고
茂陵荒草風凄凉
무릉(茂陵)의 황량한 풀 바람만 처량하다. 
江南一夕黃霧塞
강남 땅 하루 밤에 누런 안개 막히더니 
漢鼎已爲新盜藏
한나라 솥 하마 벌써 도둑 손에 들어갔네.
舂陵日角帝室冑
용릉(舂陵) 땅 오똑한 코 제실(帝室)의 혈통이라 
恢復大志恒膳嘗
큰 뜻을 회복하려 항상 음식 맛보았네. 
綠林新市起自附
녹림(綠林)과 신시(新市) 무리 일어나 뒤따르니 
兵鋒所向誰敢當
칼 끝이 향하는 바 뉘 능히 감당하리. 
昆陽城下虎豹殲
곤양성 아래에서 범과 표범 도륙하여 
漸臺碎骨宜其亡
점대에서 뼈 바수니 망함이 마땅하다. 
馬上遺緖續旣絶
얼마 못가 남은 가닥 이어졌다 끊어지니
思漢已蘇民霓望
한나라 소생하길 백성들 바랬었네.
唉唉繼者闇不君
안타깝다 이은 자가 어두워 임금답지 않으니
外戚閹宦恣互相
외척과 환관들이 서로 멋대로 방자했네. 
黨錮諸賢生不辰
제현(諸賢)을 얽어매어 삶이 때를 못 만나니
對卷不覺我涕滂
책 앞에서 눈물이 나도 몰래 주루주룩.
人之云亡邦國瘁
나라 망해 시들었다 사람들이 말들 하자
黃巾蕫賊紛陸梁
황건적이 천지에 어지럽게 일어났네. 
中老瞞奸猾極
업(鄴) 땅의 늙은 것은 교활하기 짝이 없어                   ▲/정리,편집=昊潭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