敬呈詩(경정시)/취련 일타홍
당신의 내 생각 저도 역시 당신 생각
서울 인정 야박하다 말들을 하겠지만

그러나 당신 마음이 달라질까 두려워.
君能憶妾三千里    妾亦思君十二時
군능억첩삼천리    첩역사군십이시
聞道洛下人情薄    惑恐郎心異妾心
문도낙하인정박    혹공낭심이첩심

여성다움은 아름다운 미모에 있다지만, 진정한 마음은 씀씀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조 지키기를 목숨같이 하고, 남편을 자신의 몸처럼 지키며, 자식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유교는 가르쳤다. 당시의 제도이고 관습이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여인네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시인은 언행이 헤프지 않았고 오직 일편단심이었다.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계시고, 저도 하루 열두 때 당신만을 생각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러다가 당신 마음 제 마음과 달라질까 두려워요(敬呈詩)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일타홍(一朶紅:?∼?)인 여류시인으로 그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심희수와의 깊은 애정을 나누었던 사람으로 남편의 출세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그 녀의 진실함과 보기 드문 독실한 여성의 본보기가 야사野史에도 나타나 있어 주지할 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계시고 / 저도 또한 하루 열두 때 당신만을 생각하였어요 // 서울 인정이 야박하다고 다들 말들 하겠지만 / 그러다가 당신 마음이 제 마음과 달라질까 두려워요]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공경히 드리는 시]로 번역된다. 시인과 심희수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후대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가슴을 적신다. 후실 되기를 자청하며 남편의 출세가도 달리는 일을 소임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실을 자신이 나서서 맞아들게 하면서도 마음 하나 상하지 않는 공경한 태도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한 한 생을 마감하는 후덕厚德에 가슴을 저미게 한다.
시인은 임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난 후로 보고 싶은 간곡한 마음을 담아 공경하게 드리는 시 한 수를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당신은 삼천리 밖에서 저를 생각하고, 저도 또한 하루 종일 당신을 늘 생각했다고 했다. 공경의 극치를 시인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상관자인 임의 입장에서도 정중하게 노정露呈해 내는 시심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화자는 세상의 인정과 두 사람의 변치 않을 연모의 정을 대장간에서 망치로 치듯이 잘 다독여 놓았다. 서울의 인정이 아무리 야박하다고 다들 말을 하겠지만, 그러다가 행여 당신 마음이 제 마음과 달라질까 그것이 두렵다는, 그래서 변치 말자는 한 곡조 시름을 쏟아내고 말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당신은 저를 생각하고 저도 당신 생각해요, 서울 인정 야박하나 당신 마음 달라질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君能: 당신은 ~할 수 있겠죠. 憶妾: 첩을 생각하다. 三千里: 삼천리. 妾亦: 첩도 또한. 思君: 그대를 생각하다. 十二時: 24시간이나 12간지로는 12시간. // 聞道: 말을 듣다. 洛下: 낙양. 모두. 다들. 人情薄: 인정이 박하다. 惑: 혹은. 恐: 두렵다. 郎心: 당신의 마음. 異妾心: 첩의 마음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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