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날 어머니의 손맛이 빚어낸 한과 “장흥전통수제한과”
3대를 이은 전통을 이어가는 장흥읍 연산마을 

●명절이 사라져 가는 것일까?
코로나19의 사태 이후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인 명절이 가져다주는 가족 간의 아름다운 소통과 가슴 설레는 귀성과 만남의 전통이 상실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의 설과 추석에도 자녀들의 귀성, 그 효성과 귀향의 길목을 삼가 주었으면 하는 현수막을 게첨해야 했다. 그 현수막을 읽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바이러스의 감염 그 미증유의 사건이  우리 모두의 일상과 사회의 질서와 명절까지도 앗아가 버리는 듯한  망연함을 느꼈을 것이다.
금년 설날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번지는 확진의 사태가 심상치 않아서 명절을 앞두고 귀성과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 코로나19의 극복, 그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된다면 상호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 “멈춤”과 “비대면”과 “거리두기”등의 생활을 익숙하게 수용하는 생활을 감당했다. 그로 인하여 지역 상권은 피폐해 지고 영세상공인들의 생계가 위협 받고 있어서 그야말로 서민의 경제와 가계가 붕괴될지도 모를 위험 수위에 직면해 있다.
예전에는 소위 명절 특수도 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마을속의 영세 상공인, 그 소박하고 열정적인 현장

▶장흥읍 연산마을의 “장흥전통수제한과”
우리 장흥의 마을 마을 속에서 영세하고 성실하게 가업家業같이 사업을 꾸리고 있는 분들의 사정과 형편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업체들이 명절이 되어도 호전되지 않은 현장을 취재하여 공유하는 것이 곧 지역 언론이 감당해야 할 일일 것 같았다.
하여 첫 번째의 업체 취재를 장흥읍 연산리 소재 “장흥전통수제한과”로 하였다.
우리들의 어릴 적 설날 명절의 유과는 참으로 경이로운 먹거리였다. 엄니와 아짐 누님들이 조석으로 일 속에 빠져 들어서 한손 한 손 바지런하고 정성스러운 손속으로 빚어낸 유과(박산)와 강정의 맛은 현대의 과자와 비교해도 그 어떤 것에도 비교 될 수 없는 맛이었다. 집안 가득히 번지던 조청 다리는 냄새. 그 냄새에 이끌려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를 기웃거리며 한 숟갈 맛보려고 보채던 그 추억이 새롭기만 하다.

●40년 대물림 손속으로 한과를 만들고 조청을 다리는 작업장

연산리의 양지바른 농가에서 3대째 대물림으로 한과를 만드는 최희섭(71) 김춘자(69)부부의 작업장에는 시간을 거슬려 올라간 전통의 모양들이 그리웁게 다가오고 있었다. “전통”과 “수제”라는 표현대로 이들 부부의 한과를 만드는 공정은 그야말로 옛날 방식이고 자동화나 기계화의 힘을 빌리지 않은 “손 속”으로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과를 만들면 힘이 많이 들겠지요. 기본적인 시설은 자동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진의 질문에 실제로 모든 공정을 맡고 있다는 김춘자님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우선은 투자를 할 만한 여유도 공간도 여의치 않고요. 조부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한과를 만들다 보니 기계를 쓰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고요. 힘이 부치고 탁탁 하지마는 우리가 만든 한과를 찾는 분들을 생각하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옳다 하는 생각이어요”
그래서 김춘자님은 재료부터 우리 농산물만 쓰고 있다. 특히 한과를 만들어 튀긴 다음에 밥풀을 붙이는 작업에 쓰이는 조청은 직접 다려서 사용 한다. 일반 시장에서 파는 물엿이나 감미료를 일체 쓰지 않는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소박한 작업장에서는 남편인 최희섭님과 마을 아짐 두 분이 한과에 조청을 바르는 손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처럼 양광이 가득한 겨울날 오후 창문을 넘어오는 햇살이 포근한 일터에서 아짐들은 마냥 자지러지는 웃음 곁들인  환담을 나누면서 그 나정나는 작업을 일없이 하고 있었다. 그 모습 또한 전통이었다.
조청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한과와 더불어 조청 맛도 소문이 나서 이제는 별도 제품으로 생산하여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한다. 농가를 능률적으로 개조한 작업장에는 무쇠 가마솥을 앉힌 아궁이들이 즐비했다.

●우리농산물만 사용하여 만드는 야물고 맛있는 제품들

그렇게 작업장은 산만해 보였다. 그 산만함 속에서 취재진은 예전 우리 엄니들이 운영하던 고방과 부엌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얼른 둘러보아도 일이 많겠네요”
취재진의 걱정스러운 말에 김춘자님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대답을 하였다.
“우리는요. 일체의 재료가 우리 농산물이어요. 부가 재료도 인공재료는 절대 안쓸라고 해요. 그렇게 안하면 마음이 편하지를 않아요. 요새는 참깨를 구입하기가 어려워 일부 수입산을 쓰고 있어요. 속이 상하네요.”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 제품들이 잘 팔리나요”
“한과는요, 추석 설 명절 때 젤 많이 나가는디요. 작년 금년에는 이놈의 코로나 땜새 예년의 반절도 안나가는 것 같아요. 으짜꺼시오. 인력으로는 못할 사정이고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닌디요. 그래도 끄니 걱정 안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니까요. 그리 생각 해야지요.”
“한과며 조청이며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고정 직원이 없는 것 같네요”
“아이구 직원 봉급 챙겨 주기가 쉬운가요. 우리는요 우리 부부가 거진 다해요. 우리가 할 것은 다하고요. 조청 바르고 밥풀 입히는 일은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고요. 명절 때 주문이 많으면 열명 정도의 주민들이 주문도 받고 택배 포장도 하면서 같이 일하거든요.
코로나가 어서 끝나서 동네 분들과 신이나서 일잔 했으면 쓰것어요. 벌어도 같이 벌어야지요.“

장흥전통 수제한과에서는 의외로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한과 세 종류, 조청 네 종류가 전부였다.
김춘자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의 제품을 생산하되 “야물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안심하고 팔 수 있다고 했다. 제품을 여러 종류를 만들 만한 손속은 있어도 두 부부가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힘이 닿는데 까지만 생산하는 것이 맞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최희섭, 김춘자 부부는 인상도 철학도 한없이 순박해 보이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 이웃들이 마을의 농가에서 만들어 내는 한과와 조청이 올 해 명절에는 입소문을 타고 많이 팔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추운 날에 곁불 내어 주고 외로운 사람에게 말동무 해 주는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이 어려운 시국을 극복하는 아름다운 또 하나의 화제이기를 담아 본다.
▲기사는 대담자의 뜻을 존중하여 사투리를 그대로 인용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