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산업의 특징을 표현하는 「굴뚝 없는 공장」은 이제 더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석유,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세계 3대 산업으로 성장해 그 위세를 보이고 있는 문화관광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까지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 오고 있다.
 
문화관광사업의 파급력과 가능성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BTS)의 위력에서 실감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금지되기 전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향호해변 버스정류장(강릉 주문진항)」과 「일영역(경기 양주)」, 「향일암(여수)」, 경주 등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방문했다. 몇몇 곳은 국내에서 이미 관광지로 이름을 떨친 곳이지만 또 몇몇 곳은 큰 매력을 가진 곳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외 팬들이 「향호해변 버스정류장」과 같은 곳을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BTS의 2집 앨범 표지를 촬영한 곳이기 때문이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방탄투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고 한다.  BTS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 멤버들이 여행을 다녀온 곳, 혹은 참 좋은 곳이니 꼭 가보라고 추천한 곳 등이 「방탄투어」 코스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한국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는 곳이 가장 인기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절경, 숨을 멈추게 하는 장관, 혹은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와 같은, 일반적인 생각과 상식에 해당하지 않는 장소가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의미를 부여받아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장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탄투어」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와 관광 상품이 제대로 결합했을 때 그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관광지를 건설하고 개발할 필요 없이 기존의 장소와 시설에 적절한 스토리텔링(문화콘텐츠 요소)을 접목하면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관광산업은 제조생산업을 뛰어넘는 경제 효과를 보여주며 중심 산업으로 그 위치를 굳건히 해 왔다. 코로나 19로 잠시 주춤하는 상태이긴 하나 백신여권 도입을 계획 중인 여러 국가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 19를 계기로 급격히 변화한 생활양식에 맞춘 관광 형태를 위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며 따라서 지금까지와 다른 추세의 관광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문화관광산업의 대두와 함께 주목받게 될 새로운 형태의 관광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도심이나 실내가 아닌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두 번째, 단체가 아닌 가족 단위의 관광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스토리」와 「맥락」 있는 관광을 많은 이들이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 추세와 더불어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장흥은 앞서 언급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춘 문화 콘텐츠와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다. 빼곡히 들어선 편백나무 사이에서 청정한 자연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억불산의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의 경관을 품고 있는 천관산과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천관산 자연휴양림」 등은 대표적인 장흥의 자연 관광자원이다. 청정 장흥을 대표하는 자연 자원과 함께 탄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문화 콘텐츠 또한 풍부하다. 문헌 자료를 통해 한반도 첫 불교 도래지라고 인정받은 천관산의 「탑산사」, 국내에서 유일하게 67년째 안중근 의사 제사를 지내는 「해동사」는 우리나라 근대 애국정신과 역사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인 소설가를 다수 배출한 저력과 이를 근간으로 하는 스토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풍부한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다 갖추고 있는 곳도 흔치 않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의 관광 트렌드에 딱 맞는 요소를 두루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런 장점을 허투루 지나쳐서는 안 된다. 백신 접종 이후 다시 기지개를 켤 문화관광사업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그 과정의 첫 번째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관광 자원과 매력을 충분히 조사하고 또 정리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어느 분야의 관광 아이템에 힘을 쏟고 또 투자해 왔는지 면밀히 검토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새로운 관광산업 시대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일이다. 이는 기존의 부족했던 과거를 보완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세 번째 과정은 관광 아이템에 맞는 스토리를 입히는 일이다. 눈요기만의 관광은 이제 끝났다. 맥락이 있는 관광, 이야기가 있는 관광이라는 측면을 부각하는 동시에 「꼭 방문해야 할 곳」이라는 의미 부여를 위해서도 스토리텔링 작업은 필수다. 또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문화관광자원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관련 분야 전문가와 연계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관광자원의 경우 행정 전문가인 공무원과 공직자의 사고와 상식만으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많다. 문화 콘텐츠는 단순히 공연장을 짓고 시설을 더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수성을 자극해야 우리 지역 방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섣부른 콘텐츠 개발과 무리한 포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분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성공 사례의 벤치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실패 사례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군이 지금까지 실시해 온 관광정책과 타 지자체의 실패 사례를 망라해서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며 좋은 아이템 개발을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 한다.

코로나 19로 장거리 이동이 제한되고 타 지역 방문을 자제토록 권고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국민들의 관광이라는 행위를 향한 열망과 갈망은 상상 이상으로 팽창해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고 이런 흐름을 의식한 정부의 「코로나 19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등으로 얼어붙어 있던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지금,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맞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 사회와 경제를 위한 밑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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