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이 조금의 어긋남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말 실수조차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그런데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에 대해 우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곤 한다. 남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기를 바라지만, 막상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온갖 핑계를 대며 발뺌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떠 넘기기에 급급하다.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아 자신을 변호하면 그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스스로의 발목을 옭아매어 성공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늦추게 할 뿐이다.
흔히 선거 때가 되면 입후보자들의 검증과정에서 이와 같은 현상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 케네디는 하버드 대학 시절 시험 중 부정행위로 처벌 받은 적이 있다. 이는 케네디의 인격에 오점이자 ‘흑역사’였다.

훗날 케네디는 정가에 진출해 대통령 후보자로 대선을 치루게 되었다. 당시 케네디의 경쟁 상대는 그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케네디의 ‘흑역사’가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정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으로 케네디의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케네디는 매우 솔직하게 당시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며 말했다.
 “지난날 제가 저지른 잘못으로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은 확실히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다만, 그 일을 통해 저는 무슨 일을 하든지 잔꾀를 부려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처럼 실속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케네디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판세를 뒤엎고 순조롭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용감하게 인정하는 행동, 케네디는 이러한 지혜를 지녔기에 대중의 칭송을 받고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뛰는 말도 주인의 다루는 기술에 따라 명마로 탄생하고, 사람의 말도 표현하는 기법에 따라 모난 돌로 튀기도, 환한 꽃으로 피기도 한다. 여기에 자존심을 자극하는 반대파의 공격을 완숙한 해학적인 수사를 통해 충돌없이 잠재우게 한 링컨 대통령의 일화 또한 품격있는 정치가의 화법으로 존경받고 회자되고 있다.
그 내용인 즉 한번은 어떤 상원의원이 링컨의 아버지가 구두 수선공이라고 조롱하자 그는 서슴치 않고 “감사합니다 의원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제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주시니 말입니다. 제 아버지는 정말 완벽한 숙련된 구두 수선공이셨습니다. 누구든 제 아버지가 만든 구두에 문제가 생기면 가져 오십시오. 아버지 솜씨를 따를 수는 없지만 제가 정성껏 수선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진솔하고 재치있는 대응에 순간, 현장의 분위기는 링컨에게 우호적으로 반전하였다.
비유하여 작금의 한국의 차기 대선후보 물망에 거명되고 있는 인사들의 화법은 어떠한가?
 정작 자신의 과오나 잘못에 대해선 모르쇠로 회피하면서 오직 경쟁자를 타박하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은 대체로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간혹 말실수의 뒷수습에 중심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들이 보기에 난감하고 왜소하게 느껴진다.

또 이에 편승한 유투브 등 민감한 일부 언론 매체들까지 자의적 해석으로 의혹을 부풀려 공공연히 세상에 퍼트리며 상업행위를 한 몫 한다.
그 내면에는 한쪽만을 맹신하는 확증편향의 수렁에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려는 저의도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자기와 정치성향이 비슷한 매체를 통해서만 뉴스를 보려는 경향이 이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여 평소 돈독했던 이웃들 간의 오가는 인정이 한동안 냉소적인 서먹한 관계로 거리를 두는 상황까지 발전한다.
심각하게는 음모론자를 설득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자기의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다른 증거는 일체 외면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새 구두를 사 신고 쪼여서 절뚝거리고 다니면서도 “당당하고 매력적인 패션” 이라고 끝내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논리다.
최근 대선 후보자들 간의 선두경쟁 행태를 지켜 보면서 간혹 정도를 벗어난 네거티브에 민망스러울 때가 많다.

개성은 한 사람의 언행이나 말투,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건을 대하는 모습에서 표출된다. 헌데 개성을 무기로 사리에 적절치 못한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다간 결국 옹졸한 에고이스트로 본인의 위상만 격하시키는 결과가 염려스럽다.
아마 국민은 하나같이 이왕이면 치밀하고 학구적이며, 정확도와 균형감각에 있어 변별력 있고 거기다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의 후보자에게 더 호감이 갈 것으로 본다.

 큰 길을 가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실수는 허물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 마저 잘 관리하면 나를 완성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케네디와 링컨의 철학은 그들이 학습 해야 할 과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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