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다양한 산업과 직업, 사람들의 소식을 매일같이 보도한다.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버티면 금방 극복할 것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이 믿음마저 찾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지만 가장 힘든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방역 최전선에 서 있는 분들일 것이다. 통기성이 없는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 치료와 PCR 검사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확진자 수용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 확진자 역학조사 담당자분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우리의 일상은 더 빨리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단순히 「일」이나 「노동」으로 표현하는 「희생」의 경지까지 도달한 이들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시작이 늦었던 우리나라 백신 접종은 세계가 놀랄만한 기세로 진행되고 있다. 백신 1차 접종률은 약 75%로 우리보다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일본의 69.2%를 따돌린 지 오래다. 우리나라 완전 접종률은 46.64%(9월 28일 기준)로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박차를 가한다면 조만간 미국의 완전 접종률(54.61%)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순조로운 백신 접종으로 조성된 조용한 안정감은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원하는 대중의 강렬한 소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추석을 앞둔 시점과 겹쳐 방역 당국은 접종 증가율과 국민의 염원을 고려해 연휴를 위해 완화된 규제를 제시했다. 추석에 맞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도 신속히 진행됐다. 그렇게 우리는 작년보다 조금은 느슨하지만 풍성한 추석을 맞이했다.

예전과 같은 추석 명절을 바라는 국민의 요청에 응하고자 방역 당국은 규제 완화 외의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전통시장과 같이 인파가 몰리거나 통행이 잦은 거점에 선별진료소를 마련해 의심 증상이 있으면 신속히 검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추석 연휴 전에는 고향 방문을 위해 많은 국민이 검사소를 찾았고 추석 후에는 거주지와 일터를 위해 검사소를 방문했다. 방역 당국이 당부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시민의 노력은 비단 뉴스에서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녀나 친인척을 타지에 둔 군내의 고령층 상당수가 자신과 마을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의 자제를 부탁했다고 한다. 잠깐의 즐거움이 아닌 지역 사회와 이웃을 위한 그분들의 선택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명절 때야 겨우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귀한 시간을 이렇듯 단호하게 포기한 어르신들의 결단력이야말로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숭고한 희생이다.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방역을 위해 바쁘게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닌 방역 담당 공무원의 노고 또한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따뜻하고 풍성한 한가위는 이런 분들의 수고 덕분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장흥군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동은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4일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고치인 3,243명(국내발생)을 기록했다. 장흥군에서도 타지역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한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유럽 국가에서도 끊임없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현 상황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높은 백신 접종률로 인한 위중증 환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치명률 또한 작년 12월의 2.7%에서 0.5%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현황을 충분히 고려한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향한 방역 체계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부가 밝힌 전환 시점은 백신 접종률이 고령층 90% 이상, 성인의 80% 정도가 되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이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가 곧바로 예전과 똑같은 일상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와 함께 정부가 강조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방역지침이나 규제를 상황을 읽어가며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는 뜻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사적 모임, 다중 이용 시설 거리두기 완화 등을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부분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면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신속한 일 처리와 적극적인 국민의 협조로 우리의 일상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려 하고 있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낭보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조금의 방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추석 연휴 이후 우리는 확실히 확인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심」이다. 짧은 방심은 나와 우리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위중증 환자 비율과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의미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의 종식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 「위드 코로나」인만큼 위험은 도처에서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자칫하면 그 위험이 나와 우리 가족, 지역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늘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단계적 일상 회복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리 경제 살리기를 위한 방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지금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같은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일상으로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지금, 그간의 노력이 모래탑처럼 무너지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방심」을 버리고 「위드 코로나」를 위한 정부와 전문가의 조언에 그 어느 때보다 귀 기울여야 한다. 모두가 손에 손을 붙잡고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금의 위기와 난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이제는 이 믿음이 절실하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현들의 지혜를 떠올리며 조금 더 참고 분발하자. 일상 회복이라는 고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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