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뒤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로 처음 표현한 도쿄대 마츠다 히로야 교수는 2014년에 출간한 동명의 저서에서 일본에 있는 1,800여 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800여 개가 2040년에 소멸한다고 주장했다. 마츠다 교수는 「지방소멸」의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 출산율 감소 등을 꼽고 있다. 최근 몇 년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다. 다시 말하면 「지방소멸」은 단순히 일본만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과 그 위기감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지방 각지에 널려있는 빈집 활용을 위한 여러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빈집을 개조해 무료로 혹은 저렴한 월세로 빌려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한때 지방 소도시의 문제라 여겼던 빈집 증가율이 도쿄와 같은 수도권에서도 관찰되고 있어 「지방소멸」을 넘어선 국가 존재의 위기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일본의 출생률 감소로 인한 인구 감소, 이로 인한 초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우리의 먼 미래라고 예상했던 것이 몇 년 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참혹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84(2020년 기준)명으로 일본의 1.36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도시의 소멸이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자구책이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우리의 이웃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것을 자각해야 할 때다.

「지방소멸」을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율 증가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대책만으로 출산율 증가를 유도할 수 없다. 이는 유럽 선진국 및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 경험한 사실이다. 저출산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숨이 끊어져 가는 지방 소도시 살리기다. 여러 정부 기관, 단체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 도시에 사업 및 기관 유치를 통해 사람의 이동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여러 방법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경제 주체의 확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도 점점 가열화하고 있다. 산업 단지, 위락 시설, 대학교, 병원 등 지역의 복지증진 및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 개발이나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의 과도하고 치열한 경쟁을 가리키는 「핌피현상」이 자주 관찰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도를 넘는 유치 경쟁도 문제지만, 여러 기관 및 시설 유치를 무작정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언행도 지역 살리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유치하려는, 혹은 새로운 사업 전개를 위해 협상안을 제시하는 기업가들의 계획이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거나 지역의 특색과 맞지 않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면 지역 주민으로서 냉철히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도 없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지도 모를 기회를 배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방소멸」은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나와 우리 가족, 더 나아가서는 우리 지역을 둘러싼 문제이며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날도 멀지 않았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살기 좋은 고장 만들기」라는 이슈를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익만을 기준으로 정부와 지역사회의 정책과 대책을 가늠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나(우리)만 아니면 된다」, 「꼭 나(우리)여야 한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지역 주민 모두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지역을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오래전부터 바로 옆에서 우리의 삶을 갉아 먹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 힘을 잃어가는 지방 경제가 그 증거다.
이제는 이유 없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적극적인 양보와 타협의 자세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긍정적인 사고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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