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녹두장군’(1994)을 집필한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숙환으로 86세로 별세했다. 

1935년 전남 장흥 용산 포곡 출신인 고인은 전남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5년 현대문학에 평론 ‘이상서설’이 추천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고인은 굵직한 역사소설을 써내며 민족주의 리얼리즘의 본령을 지키고자 했다. ‘녹두장군’을 비롯해 ‘자랏골의 비가’,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등은 민중의 생명력과 치열한 역사 인식을 오롯이 반영했다. 고인은 현대문학상을 비롯해 만해문학상, 금호예술상, 요산문학상, 후광학술상 등을 받았다.

고인은 1978년 전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 동료 교수 10명과 함께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한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옥고를 치렀고 2013년 3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학생수습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내란죄 명목으로 10개월을 복역하기도 했다.

1984년 모교 강단으로 돌아온 뒤 1988∼96년 한국 현대사 사료연구소 개설 및 소장, 1988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1994∼96년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06년에는 대통령직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문학학교와 해산토굴에서 창작활동 중인  한승원 소설가는 “고인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작가의 삶을 살아왔다”며 “엄혹한 시대 독재체제에 항거한 탓에 고문과 투옥 등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남대 민주동우회 운영위원장 박대수씨는 “분단시대의 극복과 교육 민주화, 5·18항쟁 진상규명을 위해 평생 동안 온몸을 던져 실천하시다 영면하신 송기숙 선생을 추모하고 싶어하는 시민이 많아 공공장소에 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부인 김영애씨와 4녀1남인 유족들은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고 조문은 받지 않기로 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