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한학자

[지난 호에 이어]

▶贈龍潭慥冠大師 용담 조관 대사에게 주다.

衆人鳴法皷 많은 사람이 법고 울리니
何後又何先 누가 먼저고 또 누가 나중인가.
獨臥深庵裡 홀로 깊은 암자에 누워
閑吟草色鮮 한가로이 신선한 풀빛 읊고 있다.

역자 注)
용담 조관(1700~1762) 대사는 상월 새봉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혜암 윤장에게 법을 전했다.

▶寄雪月杜五大師 설월 두오 대사에게 부치다.

南來久與故人違 남쪽 와 오랫동안 벗과 헤어져
東望頭流舊路微 동녘 두류산 바라보니 옛길 희미하다.
桐岳雨中門獨閉 동악산 빗속에서 홀로 문 닫고
蓮臺花下客言歸 연화대 아래서 나그네 돌려보낸다.
離心日逝如流水 이별한 마음은 날 가면 흐르는 물 같고
回首天長共落暉 먼 하늘 머리 돌리면 지는 해는 함께 하겠지.
春夏幾勞傷昔別 봄여름 그 얼마나 옛 이별 슬퍼했나
靑山欲暮自沾衣 청산에 해 지려 하면 절로 옷깃 적신다네.

역자 注)
雪月杜五大師는 金波大師의 법손으로 영조52년(1776)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금산사를 중수하였다.

注)
桐岳 - 전라남도 곡성군 월봉리 동악산(桐岳山)에는 도림사(道林寺)가 있다.

▶贈別竺桂 축계와 이별하며 주다.

孟春風日尙凄凄 초봄의 날씨라 아직도 추위 혹독한데
我住江東爾歸西 난 강동에 머물고 그대는 서쪽으로 돌아가네.
獨鶴無情隨處舞 한 마리 학은 무정하게 어디서든 춤추고
飢烏有意向人啼 주린 까마귀는 뜻이 있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曺溪此夜山千疊 이 밤 조계산은 천 겹의 산이라
佛岬何年手共携 어느 해나 불갑사에서 두 손 마주 잡을까.
古曲峨洋知者少 옛 아양곡은 아는 이 드무니
愁看嶺外白雲低 고개 너머 낮게 뜬 백운만 시름겹게 보노라.

▶留題金波室 금파 조실에 시를 써서 남기다.

來時不見去時同 올 때도 못 보고 갈 때도 똑같아
事旣相違意未通 일이 서로 어긋나니 마음도 통하지 못했다.
巖下泉聲愁裡冷 바위 아래 샘물 소리 시름 속에 차갑고
樹頭雲影望中籠 나무 끝 구름 그림자 바라보는 중에 적신다. 
樵歌唱晩歸深壑 저녁 나무꾼 노래 깊은 골짜기로 돌아가고
鴈陣驚寒落遠空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먼 하늘로 사라진다.
此後心談何處是 이제부터 마음속 깊은 얘기 어디서 하나
但看西嶺夕陽紅 서쪽 고개 붉게 물든 석양만 바라본다.

▶除夜歎 제야에 탄식하다.

古庵今夜禮瞿曇 오늘밤 옛 암자에서 부처께 예배하니
百感交時恨弗堪 모든 감회 교차해 회한을 견딜 수 없구나.
送舊靑山雲左右 묵은해 보내는 청산 좌우에 구름 어렸고
迎新白雪水東南 신년 맞는 백설당은 동남으로 물 흘러간다.
空門廣濶何曾入 광활한 불문에 어찌 일찍 들었나
斯道艱難獨備諳 이 도의 간난신고 유독 잘 알고 있네.
昨日伊摩明日又 어제는 그렇고 내일 또 그러하리니
爲僧自愧位登三 지위는 삼위에 올라 승려 됨이 부끄럽구나.

注) 
白雪 - 白雪堂은 해남 대흥사에 있고 상월은 13대종사이다.

▲곡성 동악산 도림사

▶상월 새봉霜月璽封(숙종13년丁卯1687∼영조43년丁亥1767).
법명은 새봉(璽篈). 字는 혼원(混遠). 霜月은 法號. 俗姓은 孫氏이고 全羅道 順天人이다. 母는 金氏. 영조30년(1754) 봄 선암본사에서 화엄강회를 열었는데 모여든 신도가 일천 이백여 사람이었다. 해남 대흥사 13대종사(大宗師)이다. 세수는 81세이고 법랍은 70년이다.
⟦霜月大師詩集⟧이 전한다.

◆金華山澄光寺盖瓦勸文
-虛靜法宗(1670~1733)

寂滅場空王殿 智爲覆而妙莊 白玉京廣寒樓 雲作盖以嚴餙 矧屬土木之營作 可無陶瓦之覆苫 今澄光寺大禪刹 物物天寶 步步地靈 異類一麏之事蹟奇奇 同功三傑之風䂓赫赫 桃花洞裏 自有日月之壺天 祗樹叢中 已修莞簟之福地 杜子茅屋 頓破八月之秋風 黃岡竹樓 僅閱十稔之淫雨 欲效昆吾之作瓦 敢干孤獨之鋪金 生寄死歸 德有馨於樂岸 天長地久 功不墜於金山 嗚呼 人生朝露 豈羨損志之浮榮 富貴浮雲 可占容膝之衡宇 施五錢而還五里 銘載釋墳 出一馬而還一牛 語傳俗諺 倘有揮金之同志 敢不聽瑩而相從 願諸檀那 請同隨喜 

출전 <虛靜集>卷之下

注)
寂滅道場(적멸도량) - 석존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전각 또는 장소를 말한다.
黃岡(황강) - 왕우칭(王禹偁)이 지은 황주죽루기(黃州竹樓記)에 ‘황강(黃岡)의 땅에 대나무가 많으니 …… 월파루(月波樓)와 통한다.’는 말이 있다.
孤獨之鋪金 - 급고독장자(給孤獨長子)는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보시한 장자(長者)다. 그는 기타 태자(祇陀太子)로부터 숲을 사기 위해 그 숲 땅바닥에 황금을 깔아 값을 치렀다고 한다.
生寄死歸 - 살고 죽는 이치. 사람이 세상에 사는 것은 잠깐 머무는 것이고 죽는 것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聽瑩 -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청영(聽瑩)은 듣고서 의혹한다는 말이다.
隨喜 - 화엄경(華嚴經)에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도(道)를 구하여 남방으로 다니며 53명의 선지식(善知識)을 방문하였다. 수 희심(隨喜心)은 남의 좋은 일을 보고 따라 좋아하기를 마치 자기의 좋은 일과 같이 기뻐하는 마음을 말한다.

◆금화산 징광사 개와 권선문 

적멸도량(寂滅道場)인 공왕(空王, 부처)의 전각은 지혜로 덮개를 삼아 신묘하게 장엄하고 백옥경(白玉京)의 광한루(廣寒樓)는 구름으로 지붕을 만들어 장식합니다. 
하물며 흙과 나무로 만든 집에 덮을 거적인 기와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징광사(澄光寺)는 대 선찰(大禪刹)로 물건마다 하늘이 내린 보배요 걸음마다 신령한 땅이니 종류가 다른 노루 한 마리의 사적은 기이하고도 기이하며 함께 공을 세운 세 영걸의 풍모가 밝게 빛나는 곳입니다. 
도화동(桃花洞) 안에는 해와 달의 별천지가 본래 따로 있고 도량 총림(道場叢林)의 복지(福地)에는 왕골자리와 대자리가 이미 펼쳐 있으나 두보(杜甫)의 초가집은 팔월의 가을바람에 급작스럽게 무너지고 황강(黃岡)의 대나무 누각은 겨우 십년 세월의  궂은비를 견디고 있습니다. 
기와를 만들었던 곤오(昆吾)를 본받고자 하여 황금을 땅에 깔았던 급고독장자(給孤獨長子)를 감히 넘어선다면 살고 죽는 이치는 그 덕이 극락의 언덕에서 향기로울 것이며 영원히 변치 않고 그 공덕으로 금산(金山, 佛身)에서 추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으니 어찌 덧없는 영화에 뜻을 손상시키는 일을 부러워하겠습니까. 
부귀는 뜬구름과 같으니 무릎을 용납할 만한 집이면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오전(五錢)을 보시하고 오리(五里)를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불교 전적에 분명히 실려 있고 말 한 마리를 내면 소 한 마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속담에 전해지고 있으니 혹 황금을 흩뿌리는 동지가 계신다면 감히 듣고서 의혹하지 않고 서로 따를 것입니다. 
원컨대 모든 시주(檀那)께서는 이 수희심(隨喜心)을 일으켜서 함께 할 것을 요청합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