士小節(사소절)/아정 이덕무
집안을 보전하는 것 벼슬 보다 나으며
섭생을 잘 하여서 몸 추스름이 좋으니
부처에 아첨하는 것 그보다도 나으리.
治生保家    優於干祿
치생보가    우어간록
攝生保身    勝於佞佛
섭생보신    승어녕불

애써서 벼슬을 구하는 것보다 더 나을지니(士小節)로 제목을 붙여본 사언고시다. 작가는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1741~1793)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다. 다른 호는 형암(炯庵), 청장관(靑莊館), 영처(嬰處), 동방일사(東方一士), 신천옹(信天翁) 등으로 하였다. 조부는 강계부사 이필익이고, 통덕랑 이성호의 서자로 알려진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가학으로 문리를 얻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치생을 잘해 집안을 잘 보전하는 것이 / 애써서 벼슬을 구하는 것보다 더 낫고 // 섭생을 잘 하여 야윈 몸을 추스르는 것이 / 부처님께 없는 재주를 털어가며 아첨하는 것보다 나으리니]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를 직역하면 [선비의 작은 노래]로 번역된다 하겠다. 사소절 서문에서 서경·상서·논어·소학 등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절小節을 닦아야 대절大節을 보고 대의大義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소절이란 잰걸음부터 잘 걸어야, 대절이나 대의라는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겠다. 오랜만에 사언고시를 대한다.

시인은 점층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치생治生]을 잘 하여 집안을 보전하는 것이, 벼슬을 구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치생→집안 보전→벼슬살이]란 점층법의 원용이다. 벼슬을 구하기 전에 소절인 치생을 잘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어지는 치생 다음은 [섭생攝生]이라 했으니 화자는 섭생을 바로 부처로 돌아가는 첩경이라는 했다. 섭생을 잘 하여 몸을 추스르는 것이, 부처에게 아첨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섭생→몸 추스름→부처께 아부보다 낫다]는 점층법이다. 이렇게 보면 위 작품의 핵심은 살아갈 방법 마련이란 [치생治生]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능동적인 삶의 방식인 [섭생攝生]을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이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치생 잘해 집안 보전 벼슬보다 더욱 낫고, 섭생 잘해 몸 추스림 부처 아첨 보다 낫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治生: 살아갈 방도를 마련함. 保家: 집안을 보존하다. 優: 낫다. 좋다. 於: ~보다. (앞의 문장과) 비교함을 나타냄. 干祿: 벼슬을 구하다. 찾다. // 攝生: 오래 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노력함, 保身: 몸을 안보함. 勝: 낫다. 佞佛: 부처에게 아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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