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욕심 투성이다, 욕심과 욕망은 서로 혼동하게 마련이므로 적절히 중재하고 타협해서 그 결과를 제도화 하는 것이 정치요 그러면서 사회통합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놓고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예술이라는 선의적인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일상에서 개인은 온순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거칠게 돌변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흔하다.

정치는 그 만큼 사람들을 거칠게 만들고 금방 변해버리는 속성이 있다. 그것이 정치의 모순이며 딜레마다.
본래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정치 때문에 서로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반목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정치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상호간 혐오와 경멸 적대감정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정치권에서 볼 수 있는 제갈량손금 김종인 모시기나 흑두건 윤핵관의 암투 등 소란이 그 단면이다. 또 주변엔 돌팔매 홍콜라의 개그도 섞인다. 어쩌면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의 영역을 증오의 정점으로 덮어버리는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성은 어느 집단에 속하고 나면 희한하게도 그 집단에 단단하게 포착된다.
가령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내가 속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양쪽으로 갈라져 맹목적으로 투쟁한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 매체까지 동조한다. 집단사고의 틀에 갇힌 개인들의 뒤엔 조국 수호의 TBS 김어준 뉴스광장 같은 조직적 어드벤처의 교주도 존재한다.

말(言)에는 정념의 분출로 인해 자아의 해체를 유발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말과 글의 참여가 공유를 넘어 과잉으로 치닫는 우리사회, 소통의 장이라기보다는 저주와 조작의 하이테크놀리지로 전락해버린 인터넷 게시판, SNS...
정치가 윤리와 도덕만으로 가능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포기한 정치가 공공의 선에 기여할 순 없다. 내로남불의 정치는 그 같은 윤리를 포기한 정치다.
그러다보니 요즘 한국의 정치인들한테선 카리스마를 찾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은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에 대한 향수와 연민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형용 모순처럼 느껴지는 말까지 동원되는 걸 보면 말이다.

 카리스마는 신의 은총을 말하는 그리스에서 온 말로, 본래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학자들은 카리스마를 일상적인 것을 초월한 성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매료시켜 그 열광을 전염시키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학자 딘 사이언먼트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청중이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직접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여 감정에 호소한다고 지적한다.
카리스마 하면 아돌프 히틀러를 빼 놓을 수 없다. 나치즘은 히틀러를 추종했던 70대 여성이 그를 회상하며 한 말을 이렇게 적고 있다. “마치 성령이나 예수 아니면 마리아처럼 만물 위에 드리워진 존재라고나 할까요. 그 분은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 분을 숭배했어요.” 
흔히들 카리스마가 타고난 것으로 여겨지지만 학습되는 것이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요즘 한국의 정치 지도자 중에 과연 그럴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존재하는 가 의문이다.
마침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권의 유력한 후보로 압축된 두 후보의 카리스마에 대해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한 번 관찰해 보는 것도 흥밋거리다.
한쪽은 특유의 말솜씨 재간으로 현란한 수사와 돌발적 공약들을 꺼내들고 속도감 있는 행보가 돋보이긴하나 걸핏하면 말 바꾸기 인성이 자칫 오만과 변신으로 비쳐져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가 하면, 상대 경쟁자 또한 기대했던 강직한 리더십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왠지 면접관 앞에 선 수험생처럼 위축된 언행에다 상황대처능력도 잰 걸음의 어눌한 순발력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에 밀려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결국 둘 다 정치에서 신비함과 매력의 초콜릿인 카리스마와는 먼 거리에서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여 전자는 너무 가볍고 후자는 답답하니 저울추도 균형 잡기가 쉽질 않다.
경험적으로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반짝하고는 명멸했던 이른바 화려한 이력의 엘리트출신 정치인들의 실패사례가 떠오른다. 정제되고 잘 계산된 언어, 감성있는
제스처, 어떠한 공격에도 의연한 태도와 도량을 보이는 카리스마를 지닌 멋스런 정치지도자를 우리는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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