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동전과 같다 하여 돈차(錢茶), 청태로 빚어 만든 고형차 같다하여 청태전(靑苔錢)으로 불리는 그 청태전의 본고향은 장흥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역사적 사실도 그렇고 최근 발표된 차에 대한 국내 여러 논문들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근세사에 들어, 장흥의 돈차를 처음 소개한 이는 일본인 나까오씨였다. 그는 1933년8월에 발간한 <닌나사어실어물물록(人和寺御實御物目錄)>에서 관산의 죽천리(죽교리)에서 엽전모양으로 만들어진 고향차인 돈차를 확인하고 이의 제조법까지 소개했다.

이후, 보림사를 중심으로 한 장흥지방이 청태전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밝힌 이는 1940년 <조선의 차와 선>을 펴낸 일본인 모로오까다모스(諸岡存)와 이에이리 가즈오(家入一雄)였다. 이들 중 특히 공동 저자인 이에이리는 이 책에서 나주 불회사(佛會寺)의 돈차(錢茶)와 장흥 보림사(寶林寺)의 돈차를 현지답사를 통해 확인하고 그 제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이에이리는 장흥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보림사의 돈차가 청태전(靑苔錢)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밝혀, 장흥의 돈차가 ‘청태전’으로 불리게된 계기를 만들게 된다.

그 이후 차 관련 전문인들 사이에 청태전을 장흥의 전통차로 인식해 왔고 거의 모든 전통차 관련 논문이나 글에서 보림사의 전통차로서 청태전을 기술하고 있다.


문헌상으로 장흥의 돈차를 청태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밝힌 이에이리씨도 장흥의 돈차 탐색기에서 당시 장흥군수에게 ‘청태전을 장흥의 특산물로 장려해줄 것’을 부탁했다.

최근에 와서, 지난 2000년에 발간된 <장흥문화(22호)>에서 김창윤씨는 '잊혀져버린 돈차, 청태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 이순옥씨가 지난 2006년 6월, 목포대학 대학원 국제차문화학 협동과정의 석사논문으로 장흥지방에 전해내려 온 청태전을 중심으로 한 '청태전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창윤씨는 논문에서 "차밭 조성과 청태전 복원을 통해 장흥 차에 대한 명성과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순옥씨도 자신의 논문에서 “장흥지방은 전통차 발전을 위한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장흥의 청태전을 대표적인 지역특산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포대학교 국제차 문화연구소장인 조기정 교수도 9월 27일 학술발표회에서 “청태전은 1960년대까지 보림사와 장흥해안지역에서 민간상비약으로 복용했다는 사실이 역사상 유일하게 남아있는 흔적”이라고 말하고 “청태전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청태전에 대한 글을 쓰거나 연구를 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청태전을 재현, 한국차문화 전통도 계승하고 지역특산품으로 상품화 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장흥의 보림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가지산파로 우리나라 선문을 열어놓은 곳으로 선다(禪茶)의 고향으로 역사가 깊다. 보조선사창성탑비(普照禪師彰聖塔碑)에는 ‘차약(茶藥)’이란 구절이 나올 정도다.

선다로 유명했을 보림사의 차와의 연관을 제외하고라도, 호남지방에서 8세기 가까이 부사고을이자 문림의 고을이었던 장흥지역은 전통적으로 차와 관련이 깊었다.

<세종실록지리지><신증여지승람>에는 전국의 차소(茶所) 19개소 가운데 장흥에만 13개소가 소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이리씨는 <조선의 차와 선>에서 전남의 각 생산량을 밝힌 대목에도 장흥지역이 광주, 순천, 곡성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어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장흥지역에는 야생차 생산이 많았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장흥의 전통차안 돈차, 청태전은 1960년대까지 보림사와 장흥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 청태전의 맥이 끊긴채 간헐적으로 간간히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웰빙시대를 맞아 일대 차 문화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욱 차와 가까이 하고 있으며 4년제 정규대학이나 대학원에까지 전문인 양성과정이 개설되고 있을 정도다. 또 수없이 많은 차 관련 단체에서도 우수한 차인을 양성해 배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차 산업도 갈수록 일취월장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제다에 의해 생산되는 선운사 작설차나 화개사 차는 일본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차의 부흥기에 장흥의 청태전이 새로운 모습으로 고고의 성을 울리려 하고 있다.


그 청태전은 우리 차 문화사에서 가장 기나긴 세월에 걸쳐 전승되어온 조상의 유산이다. 또 차인들에게 ‘다성’이요 ‘다신’으로 불리는 육우(陸羽·733-804)가 펴낸 차의 고전인 <다경>에서 저술된 방식으로 제다하는 세계유일의 돈차이다. 해서 이것은 더욱 장흥만의 고유한 문화자원인 것이다. 해서 차 전문인들은 더욱 장흥의 청태전 재현을 기대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그 역사적 연원에 대해서,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또는 상품적 가치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태생지인 장흥군은 여태 잠자고 있다. ‘청태전 재현을 위한 프로젝트’ ‘청태전 문화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추진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제391호 2006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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