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진의 청자가 이 시대의 새로운 전설이 되고 있다면서 장흥에도 강진 청자와 같은 전설이 있느냐에 물음에 대해 필자도 어거지로 장흥의 전설에 대해 열을 내며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즉흥적이긴 했지만, 필자는 고인돌, 장흥출신 공예태후와 고려조 임씨들, 그리고 장흥의 가사문학을 장흥의 전설로 열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청자가 이 시대 강진의 상징이 되고 강진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승화되어 지금 강진시대의 확고한 새로운 전설이 되고 있다고 한다면, 장흥의 전설들은 과거의 전설에 그치고 만다는 성격이 있다.

신화가 까마득한 태초, 역사 이전의 이야기라면 전설은 어느 특정시대, 특정 지역의 특정 역사나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화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종교적 믿음을 심어준다면 전설은 역사적 믿음을 심어준다.

전설은 한 지역의 역사학적 지정학적(地政學) 성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전설은 단순한 지리적 환경, 자연적 공간인 지역에 역사성과 전통성, 문화성을 부여, 문화적 공간이나 생활공간으로 개편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강진은 과거의 전설이었던 청자라고 하는 문물을 이 시대에 이르러, 더욱 확고한 전설로 새롭게 창출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장흥에는 과연 이러한 전설이 있는가. 장흥의 고인돌은 장흥의 신화이자 전설이었다. 그러나 장흥의 고인돌이 우리시대에 이르러 세계문화유산 지정에서 제외되고, 장흥사람들로부터도 철저히 천시되므로써 장흥의 고인돌은 이제 역사로서 가치만 지닌 존재가 되고 있다.


공예태후와 고려조 장흥임씨들은 고려조에 장흥의 전설이었다. 오늘날에 이르러 공예태후의 사당인 정안사가 복원됐고, 일각에서 그 임씨들의 세거지였던 당동마을에 대한 복원운동이 움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장흥임씨의 후인인 임종석의원 같은 이가 보다 큰 국가적 인물로 부상한다면, 이 시대 장흥에서 임씨들의 전설은 계속될 것이다.


백광홍, 위백규 등 조선조 중기 이후 장흥의 문인들이 장흥의 전설로 잉태했던 가사문학은 오늘날 장흥의 문학의 후인들이 그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원은 안양 율산마을에 터를 잡고 여닫이 한승원문학 산책로와 율산마을 해산토굴을 전설로 만들어가고 있다. 또 이청준의 고향마을인 진목리에 이청준의 생가가 복원되고,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 조성되고 ‘천년학’ 촬영의 중심무대가 되면서 이청준과 진목리는 새로운 전설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여기에다 천관산 문학공원이 명소화 되면서 이 시대 장흥문학은 새로운 장흥의 전설, 경쟁력 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천관산 문학공원에 제2문학공원이 조성되는 등 더욱 확장되면서 세계적인 문학공원으로서 면모를 갖추어가고, 장흥군이 계획하고 있는 한국문학박물관 건립이 성사된다면, 장흥문학의 전설은 장흥지역을 넘어 한국의 전설로 만들어져 갈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세계적인 스타반열에 오른 골프스타 위성미(미셀위), 국내 정상급의 골프스타 박노석,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새내기 골프스타 이민창 등 골프 스타로 인해 장흥은 또 하나의 전설을 창출해갈 수 있을 것이다. 안종운 한국농촌공사 사장이 ‘이민창 후원의 밤’행사 때 장흥에 골프아카데미 창설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골프아카데미나 또는 골프기념관 같은 것이 세워지고 이민창 골퍼가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급성장해 가고, 더 많은 후학의 스타들이 성장해간다면 장흥은 분명히 또 하나의 전설, ‘장흥 골프의 전설’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장흥의 전설로 가능한 것이 또 뭐가 있을까. 정남진 이라는 이름도 가능하다. 정남진이 ‘정동진’ 못지않은 이미지를 얻고 정남진 일대의 친화경적이며 독창적인 개발이 성공한다면, ‘정남진’이라는 이름도 능히 장흥의 전설로 회자될 것이다.


장흥의 고인돌이 완전히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장흥고인돌의 세계문화유산 추가지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장흥고인돌에 대한 연구용역 같은 보고서에 행정력이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장흥고인돌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만일, 장흥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다면, 장흥고인돌은 이 시대 또 하나의 새로운 장흥의 전설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전설은 역사보다 가치적인 면이나 상징성이 강하다. 또 후대에도 그 역사적 가치와 그 시대정신의 계승성이 월등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주는 자긍심도 월등하다. 우리 시대에, 우리의 후대를 위해 우리가 장흥의 전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장흥의 전설이 한국의 전설로 승화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장흥의 전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 장흥의 전설은 장흥의 희망과 장흥의 미래와 직결되는 일이다. 장흥의 문화적 이미지 제고에도 더할 나위없는 요소이다. 그것은 또 우리로 하여금 장흥에 터전을 잡고 활기차게 살게 만드는 동인의 하나인 것이다.


2007년 새해, 우리 모두 장흥의 전설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올 한해 더 많은 장흥의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장흥전설을 한국의 전설로 만들어 가는 토대를 구축하는 한 해가 되어지길 기원해 본다.

제397호 2007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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