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자식에게 돼지꼬리가 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읽으면서 나는 신의 저주로 말미암은 퇴화를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상피(相避)라는 말이 있다.‘가까운 친척 남녀 사이에 저지른 성적 교접’을 뜻한다. 원래는 ‘서로 성관계를 피하는 사이’를 뜻한 말이었다.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 오누이의 사이,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5촌 사이처럼 서로 당연히 성관계를 피해야 하는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 오누이의 사이에, 혹은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오촌 사이에 간음 사건이 일어나면 ‘그 집안에 피 붙었다네.’ 혹은 ‘상피가 났다네.’하고 말하곤 했다.

어떤 통계를 보니, 여성 남성 모두 철들기 이전에 상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성관계(혹은 성폭력)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우리 선인들은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했던 것일까. 조선조 유학자들은 본관이 같은 자들 사이의 혼례를 절대로 금했다. 왜 근친상간을 금한 것이었을까. 단순히 윤리 도덕 때문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내놓았다. 브라질 원시 부족사회로 들어가 연구한 결과 ‘거래’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딸은 저쪽 집에 주고 저쪽의 딸을 데려온다. 세상의 모든 거래는 권력과 권력 사이의 화해의 수단이기도 하다.

사실은, 우주 자체가 거래를 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거래를 한다. 인연을 따라 생성 소멸한다는 원리도 거래 그것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세상 속에서의 우리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자. 어디에 거래 아닌 것이 있는가. 당연히 꽃들도 거래를 한다. 꿀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하여 꽃들은 꿀과 향기를 준비한다. 벌과 나비는 꿀을 빨아가는 대신 꽃가루를 묻혀 갖고 가 다른 꽃 암술에 전달해 준다.

여기에는 확고한 철칙이 있다. 꿀벌은 꿀을 채취해 가되 절대로 꽃잎이나 암술이나 수술 그 어느 것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

모든 꽃들은 자기 꽃들끼리의 미묘한 거래 법칙이 또 하나 있다. 그 미묘한 거래를 위하여 암술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드높은 문턱 하나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꽃의 수술로부터 떨어지는 꽃가루가 흘러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근친상간을 방지하기 위한 턱인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꽃의 수술을 꿀벌이나 나비를 통해 받을 뿐, 자기의 수술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받지 않겠다는 절제인 것이다. 진돗개의 순수혈통을 보존하려고 근친 교배를 시키면, 짖을 줄도 모르는 천치 바보들이 50∼60%쯤 태어나는데 그들은 다 도태시켜야 한다.

사람의 경우도 근친상간으로 인해 태어난 자식들은 백치들이 많다. 예로부터 결혼은 한사코 멀고 먼 곳에 사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논리대로 한다면 국제결혼을 하면 강하고 우수한 인재가 태어날 터이다.

같은 종 가운데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혼혈종이다. 동식물의 강한 우성의 새 품종을 만들어내는 교배사들은 새로운 틔기 만들기에 골몰한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감나무의 암꽃이 다른 나무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받지 못하고, 자기 수술의 가루를 받아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에서 태어난 감나무가 그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곤 하면 ‘고욤’처럼 작은 열매를 맺는 감나무로 퇴행하게 된다.

우주는 거래를 통해 혼혈 종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가 우주를 새로운 모양새로 바꾸곤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혼혈아로 태어나 미국에 가서 크게 성공한 청년을 알고 있다. 순수 혈통만을 지키려 하는 것은 억지이고 자폐이다. 문화도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왕래하면서 부단히 섞이어 왔다. 틔기 문화가 강하다.

더욱 강한 틔기 문화를 창출하려면 먼저 우리 순수 문화의 혈통이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순수문화와 외래문화 사이의 2대 3대 4대의 더욱 강한 틔기문화들이 창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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