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이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 많더라도 이를 상품으로 재창출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장흥군 자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국 제1주산지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매생이라 해도 이를 상품화 하지 않으면 제1주산지로서 의미가 없다. 어디 매생이 뿐인가. 제1주산지로 우리가 자랑하는 낚지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Early bird catches the worm)'는 격언은 우리에게 경쟁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원칙으로서 의미를 부여해 준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룰 속에서 남들 보다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남 먼저 시작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미 남들은 시작했는 데도 뒤늦게나마 뒤따르려 하지도 않는다면, 아니 그런 노력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시작도 해 보지 않고 지레 포기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우리의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진정으로 암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것이 가정법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우리 장흥군이 그런 양태로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이니 결코 가정법만은 아니다.

해서 우리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누가 제아무리 희망을 외쳐본들 그저 공허한 소리로만 들린다. 깊이 내쉬는 한숨이다.


■매생이-외지에선 강진, 해남특산품으로 이해


억지라고, 지나친 단견이라고 우기는가.

그렇다면 다 접어두고, 매생이의 경우만 한 번 얘기해 보자. 매생이의 주산지로서 보이지 않는 논쟁이 시작된 것은, 2000년 전후로, 대표적인 무공해 해조류인 매생이가 그 특유의 맛과 영향으로 새로운 웰빙 계절 식품으로 부상하기 시작면서부터다.

특히 강진의 경우, 매생이에 대한 상품화가 추진되면서 매생이는 곧잘 강진의 특산품이나 주산지로 소개되는 일이 빈번했다. 또 간혹 해남이나 고흥도 매생이가 특산품으로 소개되기도 해 왔다.

그러나, 장흥수산기술관리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진도-완도-강진-장흥-고흥 등의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매생이의 절반가량이 장흥産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0년 자료이지만, 장흥수산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장흥 2,900톤, 고흥1,200톤, 강진 450톤, 완도 900톤, 진도 690톤 등으로, 장흥이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매생이업에 종사하는 어가의 경우만 보더라도, 장흥의 대덕 내서·신리 지선이 90여 가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인 고흥이 겨우 20가구로 집계되고 있을 뿐이다.

명실공이 장흥은 매생이 분야에서 타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 우위에 서 있는 매생이의 주산지인 것이다.

이처럼, 변명할 여지없이, 품질과 생산면에서 득량만 권역이 국내 최고의 산지이고 이의 대부분은 장흥이므로, 한국의 매생이는 장흥산 매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사실내용이 많이 홍보되어 매생이의 주산지는 장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장흥군의 매생이 부랜드화 과정


장흥군은 지난 2002년부터 매생이 주산단지인 대덕읍 내저 어촌계에 6천여만원의 군비를 지원, 공동집하장시설을 조성한데 이어 위생포장 및 규격출하를 실시, 유통체계를 단일화하고 지역특산품으로 육성하는 한편, 장흥수산기술관리소와 합동으로 김양식이 부적합한 내만성 어장을 중심으로 매생이 양식장 확대 개발에 주력하면서 지역특화품종으로 적극 육성해 왔다.

또 장흥수산기술관리소에서도 2003년부터 장흥산 매생이의 우량종묘 보급과 양식 활성화를 위한 '매생이 인공채묘기술'을 개발, 어업인들에게 보급해 매생이의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해 왔다.

장흥군이 매생이 상품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2003년에 장흥군은 남도대학남도식품산업연구소에 '매생이의 저장성 및 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매생이의 상품화가 결실을 본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2006년 6월에 진공 포장된 매생이로 제품화한 '매생이탕' 완제품 개발에 성공한 장흥군은, 8월 수도권 전통음식 제조업체인 수원 소재의 ㈜미당과 '장흥 매생이탕' 상품의 개발과 판매, 상표권 등 공동소유에 관한 상호협약을 체결하고, 9월부터 전국 소매점을 상대로 매생이탕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장흥의 이 매생이탕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급냉과정의 실수로 냄새가 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3만속을 제품화했던 장흥군은 올해 매생이 생산량 감소 등으로 1만속을 생산하기로 했다는데, 올해는 어떨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그동안 매생이 양식 어업인들이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생산해 오던 매생이의 무면허 양식이 합법화된 것은 지난 2005년 3월 31일. 이도 장흥군이 아닌 해남군, 즉 해남양수산사무소에 의해서였다.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3월 31일 개정된 ‘어업면허의관리 등에 관한규칙’에서 ‘건홍식 양식물’에 매생이를 포함시킴으로서 본격적인 매생이의 합법적인 양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장흥보다 앞선 강진과 엔존


그런데 이 매생이 진공포장 등의 상품화는 장흥군보다 강진이 앞섰음은 주지하는 일이다.

강진군은 장흥군보다 1년이 앞선 지난 2005년에 마량의 삼덕수산개발이라는 회사가 매생이의 진공포장에 성공하고, 시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진군은, 지난 2006년 1월,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식품연구원에 매생이 가공식품 개발을 의뢰했고, 지난 2월 25일에 시제품을 생산, 시식회를 가졌다. 이들은 앞으로 2008년까지 매생이 상품에 대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본격 생산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장흥이나 강진보다 앞서 매생이 상품화로 유명한 업체가 있으니, 바로 부산광역시의 엔존이라는 중소기업체이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벤처기업 엔존(NZONE)이 산업자원부의 지역혁신특성화사업(매생이의 상품화) 업체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신라대학과 산학컨소시엄을 체결해 매생이에 대한 학술적 접근과 함께 동결진공포장 등의 상품화를 추진해 왔으며, 2005년 6월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기프트 쇼(Gift Show)’에 매생이 개발 시제품을 출품해 해조류에 관심이 많은 일본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2006년부터 대일수출 시작). 이후 엔존은 2006년 초에 매생이를 1년 연중 섭취가능토록 상품화한 '맑은 바다 초록 매생이'라는 브랜드로 를 제품을 개발, 시장에 제품은 내놓았다. 이 제품은 홈쇼핑을 비롯 군부대와 경찰청, 이마트와 메가마트에서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어 오고 있다.

엔존은 이어 2006년 8월 '엔존 매생이묵'을 출시했고, 11월에는 매생이를 이용한 '초록 빛 건강 막걸리'를,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매생이를 소재로 한 기능성 칼국수를 개발, 시판에 나서는 등 매생이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개발과 상품화의 선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엔존의 김영진 대표는 ‘매생이와 함께 가는 행복한 길’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할 전도로 매생이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청적해역에서 자라는 매생이를 비롯한 우리의 해조류가 일본 밥상을 풍성하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매생이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온 그의 열정적이 의지와 노력이 잘 나타나 있다.

“미래의 식품은 바다가 주도해 나갈 것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일본에게 매생이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하면서, 매생이의 상품화를 위해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그는 “매생이 등 해조류야말로 웰빙 건강의 보고다, 우리도 하루 빨리 일본처럼 학교급식에서 해조류를 1가지 이상 먹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장흥군에 앤존 김영진시만큼의 열정을 10분의 1이라도 가진 공직자가 있었다면, 최소 매생이의 상품화에서 장흥이 강진보다 앞서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직무유기한 사람들 많다


이렇듯, 매생이를 놓고 보면, 우리보다 매생이 자원이 빈약한 이웃 강진군에, 그리고 매생이의 한 올도 생산되지 않은 부산 사람들에게 그 상품화의 선수를 빼앗겼음이 분명하다.

이것은, 그동안 직무유기를 한 공무원들이 많았고, 장흥군의 제대로 된 현실적인 인식, 그리고 미래비전이 없는 군 당국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매생이 육성 프로젝트를 세우고 우리 눈앞에 지천인 매생이 상품화를 모색하면 되는 일이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에서 국내 최초로 매생이를 주원료로 새로운 먹거리 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프랜차이즈로 내세워 명성을 얻고 있는 ‘바다애’라는 요식업체가 등장한 일도 우리는 의미 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들은 매생이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올 1월 10일에는 서초점, 1월 24일에는 수원시 천전점, 2월 9일에는 일산시 장항점이 오픈할 정도였다.

이제라도 하다 못하면 매생이 매뉴 전문점이라도 육성해 볼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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