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내려앉힌 천단의 위용

- 역시 “중국은 문화대국”


하늘 땅 상징물로 축조됐다


북경에서 사흘째, 오늘의 여정은 천단(天壇)과 이화원이다. 아침 식사 후 곧바로 천단으로 떠난다. 천단 북쪽의 주차장에 이르니, 수십 대의 관광버스들이 모여 있다. 버스 전면에 보이는 한글로 씌여진 쪽지들이, 한국 관광버스들임을 말해주고 있다.

▶천단의 구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천단(天壇)은 명·청나라 황제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하늘’을 상징하는 사당 건축물이며 세계 최대 제전용 고대 건축으로, 북경시 동부에 위치해 있다. 전체면적은 270㎡로 자금성 전체면적의 3배이고 천안문 광장의 6배라고 하니, 그 규모부터가 어마어마하다. 명 영락永樂 4년(1406)에 축조되기 시작해서 영락 18년인1420년에 완성되었다.
당시 황제에 등극한 자들은 스스로를 ‘천자天子’로 간주, 대자연과 천지를 숭배했으므로 천지 앞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제왕들의 중요업무였다.

천단 안으로 들어가니 원형의 둥그런 외벽이 시선을 끈다.


천단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명확히 내벽과 외벽 두 부분으로 나뉘고(이 두 개의 벽은 천단을 내단과 외단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주요 건축물은 내단에 있다고 한다), 북쪽의 벽은 원형, 남쪽의 벽은 사각형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여기서 원형은 하늘을 상징하고 사각형은 땅을 상징한다. 이는 중국 고대의 ‘천원지방(天圓地方)’ 곧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다’ 하는 사상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또 북쪽 벽은 또한 남쪽 벽에 비해서 높은데, 이는 ‘천고지저(天高地低), 곧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천단의 제단은 모두 기곡단, 환구단의 2개로 구성돼 있고, 이 두 제단은 남북의 중심축선에 놓여 있다. 그리고 기곡祈穀은 최북쪽에, 환구環丘(圜丘)는 최남쪽에 놓았다. 또 인간의 염원을 기원하는 기곡제, 기우제는 하늘을 상징하는 북쪽의 기곡단에서, 하늘을 섬기고 하늘의 뜻에 감사해 하는 기천제는 땅을 의미한 환구단에서 치러졌다. 부언하자면, 중국인들은 이렇게 하늘의 뜻을 땅으로 이끌어내려 놓은 것이다.

북쪽 기곡단 외곽을 둘러싼 이중벽은 둥근 모습으로 하늘을 상징했지만, 땅에서 하늘을 향해 지내는 기원제이므로 땅에서 솟은 원통형 건물과 청정으로 공간을 막아 지극한 겸손을 드러냈다.

남쪽의 환구단은 천신제를 지내므로 원형으로 제단을 쌓고, 또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땅의 형상을 그대로 두었다. 기곡, 기우는 인간의 낮음을 표현하고, 기천은 하늘 땅이 함께 어울어지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놀랍고 재미있는 구성이다.

여기서 우리는 천단 건축가들이 천단의 구조자체부터 ‘하늘’을 상징하는 건축군으로 축조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천단의 구조에서부터 읽게 된다. 아니, 하늘을 땅에 가두기도 하고, 하늘을 땅에 주저앉히려 했던, 자존이 강했던 중국인들의 무서운 세계관을 읽게 된다.


■노인들 삶의 양태가 관광자원이 된다

천단 안으로 드니, 수목이 우거진 드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천단을 천단공원으로 불리는 이유일 것 같다. 이른바 외단에는 수목 등으로 이루어진 공원(정원)일 듯 여겨진다.

이 공원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관광객의 카메라는 멈추게 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난다. 중국인들이 마치 여기저기서 기십 명씩 무리 짓고 열 지어 기공체조나 검술, 중국고유의 검무를 한다. 그 누구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표정들이 자못 진지하다, 아앗, 하는 기합소리마저 내뿜는다.

수십 명이 함께 모여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모습도 보인다. 일렬로 줄 맞춰 서서 느린 동작의 태극권을 연마하는 무리도 있다.

이른바, 외단에는 길고 긴 회랑들이 각을 지어 이어지고, 그 회랑 한쪽 목책벽으로 나이 들고 남루한 수많은 중국인들이 바둑을 두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마작을 한다.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보이며 뜨개질 하는 노인도 있다. 칠판순의 할머니들이 긴 담배대를 물고 뻐금뻐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서울 파고다 공원의 한켠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파고다 노인들과 다른 점은, 많은 노인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고(역시 중국은 담배마저 강국인 듯싶다), 고독하고 허전해 보이는 파고다 노인들과 달리, 다들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경시는 시민들에겐 1회 입장료로 1년 동안 출입할 수 있는 입장권을 주고 있다고 한다.

천단 공원은 이들 단골 시민들에겐 실외체육공원이고 소중한 삶터이고 여유 있는 휴식처가 된다. 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곳을 자신의 취미생활 터로 이용한다.

천단의 대리석이 깔린 바닥 위에 큰 붓을 들고 물로 글씨를 정성껏 쓰고 있는 아저씨도 여럿이다. 두 손으로 공을 솟구치며 서커스맨처럼 공놀이를 하는 사람, 제기 차는 할머니, 리본 체조하는 여자,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누구도 아랑곳 하지 않는 이들의 당당한 얼굴에는 여유와 평화로움이 묻어난다. 중국인들의 얼굴에는 보통 강인함과 굳센 자존이 드러나 보인다. 이런 자존이 이런 공적인 장소의 수많은 외지인들앞에서도 거리낌없이 태연자약하게 자신들의 삶의 일부를 드러내게 만드는 지도. 관광객들은 이들의 이러한 이색적이고 너무나 진진한 일상의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한동인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천단공원에서 이들은 귀중한 관광자원이다. 사람들의 일상도 여기선 이렇게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다.


천신의 祭典, 天壇의 놀라운 위용


서너 개로 연결된 듯 길고 굽어진 회랑을 건너 내단으로 드니,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우람한 건축물들이 시야에 든다. 한 눈에 들어오는 기곡단. 최남쪽의 원구단과 함께 2대 제단의 하나이다. 천단 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축물이 바로 이 기곡단으로, 명청 양대의 황제들이 오곡이 풍성하기를 빌던 곳(祈穀祭)이다.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잔뜩 찌뿌려 있어 선명한 사진은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여정으로 중국 여행이 두 번째지만, 괴이쩍게도 중국에서 쨍하고 볕드는 날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기곡단 주의에 몰려 있다. 모두 기곡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곳이 바로 천단의 중심 건축물이다. 3중 중첩의 원형 지붕과 전각으로 이루어진 이 목조건물은 미려한 자태에 푸른색 기와와 백옥색의 대리석 기단까지 어우러지며 장엄과 세련이 결합된 절정의 건축미학을 한껏 뽑낸다. 기곡단은 지금도 우선 그 규모에서 놀라게 하지만, 명청대에도 북경에선 가장 큰 건축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기곡단은 거대한 외벽 안에 3단의 기단을 갖춘 기년전(祈年殿)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쪽은 삼중 처마로 된 원형의 전각이, 아래쪽은 기단이 배치된 전향적인 상전하단의 구조물이다. 높이는 38m. 특히 3층으로 이루어진 푸른색 지붕은 유리기와라 불리고, 하늘을 상징한단다.(명대에는 아래부터 자주색, 황색, 푸른색의 3색이었다고 한다).

기년전 정상의 높이는 9장(丈)이며(중국인에게 9는 양수陽數), 즉 하늘을 상징한다), 맨 위층 지붕의 둘레가 30장인데, 이는 음력 한 달 30일을 상징한다. 대전 내부의 거대한 기둥 4개는 춘하추동의 4계, 중층의 12개 기둥은 1년 12개월, 외층 12개 기둥은 12진辰(2시간), 중층과 외층 기둥 24개는 24 절기, 3층 28개 기둥은 이것은 1주 동안에 나타나는 하늘의 28개 별자리, 별자리 기둥과 정상부 8개 동자童子 기둥을 합친 36은 북두칠성, 대전 한 가운데 자리한 단주는 황제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 기년전 안쪽 벽면에는 수 많은 용과 봉황이 장식돼 있어 북경에서 볼 수 있는 고건축물중에서도 최고의 회화기술과 조각기술이 동원된 가장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기곡단이 이처럼, 나름의 우주관과 세계관도 담으며, 섬세하고 미려하게 설계되고, 거기에 회화와 조각성도 탁월하고, 규모 또한 장엄하니, 훗날의 중국의 최고의 고건축의 하나로 그 이름을 길이 빛낼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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