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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년학'-10일 다시 장흥서 시사회10일 오후 3시, 6시30분 2회 2회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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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5  17: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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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년학이 4월12일 개봉에 앞서 장흥서 10일 다시 시사회를 가진다.

5일, 장흥군에 따르면 오는 10일 오후 3시와 6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장흥읍 장흥문예회관 대공연장서 영화 천년 학 시사회가 열린다.

지난 달 30일 같은 장소에서 시사회를 진행하려했으나 영사기 조도가 낮아 기술적 문제로 상영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장흥 출신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 학을 개봉에 앞서 관람하기를 기대했던 군민들이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 장흥군과 영화제작사 측은 부산 국제영화제 개최회사에서 200여만 원을 주고 영사기를 하루 동안 빌려 천년학 시사회를 권택 감독을 비롯해 작가, 제작사 대표, 주연배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다시 개최키로 했다.

시사회에는 임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시사회가 끝난 뒤 3만여 평의 유채 꽃밭이 펼쳐진 선학동 마을 촬영장도 둘러 볼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임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 학이 12일 개봉되는 점을 감안하면 군민들에게 시사회를 열겠다는 약속은 지켜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를 의식하여 만들어진「천년학」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어, 부산 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에서 프랑스 <와일드 번치사>와 세계 판권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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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 감상평>

천년학의 긴 울음 `사랑의 전설`을 토하다

<중앙일보/2007.04.04/이후남기자>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 나는 가지/하늘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년 일도 보련마는/우리 님 계신 곳은 무삼 물이 막혔간디 이다지도 못오신가"(‘춘향가’ 중에서)
동호가 멀리 중동으로 떠나기 직전에 고향 제주도로 내려간 송화를 만나는 장면. 하늘과 땅이 배경에서 송화의 마음이 저절로 노래에 실리고, 동호도 어느새 장단을 맞춘다.

막힘 없는 물길처럼 이야기가 흐르고, 그 굽이굽이 소리가 보인다. 아니, 소리가 곧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흐르는 소리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애잔한 슬픔을 일깨워 물결치게 한다.

3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천년학'이다. 주제로나 만듦새로나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라는 두 가지 수식어에 모자람이 없다. 눈먼 소리꾼 누이를 평생 그리워하는 북잡이 동생의 이야기를 빌려, 굴곡진 삶의 한을 소리로 넘어선 이름 없는 인생 안에 담아낸다.

예술가의 자의식이 아니라 밥벌이를 위해 영화판에 들어섰던 감독, 점차 숙련된 장인의 솜씨와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눈을 담아 세계 무대까지 나선 감독은 그동안 까다로운 심미안을 들이대며 그를 예술가로 부르기 주저했던 이들이 설복되고 말 작품을 100편째 영화로 내놨다.

물론 늘 그래왔듯 그의 화법은 대중적이다. 정교하게 이야기를 짜맞춰 두뇌싸움을 자극하는 대신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누구든 쉬 따라갈 수 있게 펼치면서도, 점차 그 이야기에 소리를 극적으로 맞물리는 솜씨가 경지에 이른 목수의 건축물 같다. 음악에, 우리 소리에 퍽 둔한 귀에도 정서를 증폭하는 소리의 효과가 어느덧 다가온다. '서편제'의 시도와 '춘향뎐'의 실험을 거쳐 '천년학'이 세공한 이야기와 소리의 이음새는 임권택 예술의 정점이자 새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박석틔를 올라서서 좌우산천을 둘러보니/산도 보던 옛산이요 물도 보던 물이다마는/물이야 흐르는 것이니 그 물이야 있겄느냐"(‘춘향가’ 중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학처럼 산자락이 펼쳐진 마을 선학동의 주막집. 이청준의 원작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 그대로 전남 장흥에 지은 이 세트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끝난다. 산 그림자를 비추던 물길이 막혀 현재는 주막집 뒤편이 신작로와 들판인데, 과거의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려냈다.

달리 보면 '천년학'은 피가 섞이지 않은, 그럼에도 평생 서로 그리워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소리꾼 아버지가 데려다 남매로 키웠지만 송화와 동호는 혈연적 가족이 아니다. 동호는 그 아버지를 부정하고, 아버지가 대물림하려는 소리꾼의 삶과 가난을 거부한 채 어려서 집을 뛰쳐나간다.

반면 송화는 그 아버지, 더구나 자신을 눈멀게 한 아버지의 뜻을 생전은 물론이고 죽은 뒤에도 잇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양극에 멀리 있으면서도 두 사람은 유일한 가족, 혹은 가족이 되고픈 상대인 서로를 그리워한다. 살붙이에 대한 피할 수 없는 그리움, 그런데도 곁에 두고 살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같다.

이네들은 제 집이 없다. 집이 없는 것은 이 사랑의 성격을 상징한다. 이 집 저 집 소리하러 다니다 몸을 의탁하는 송화는 물론이고, 동호 역시 떠돌이 인생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그나마 가진 재주를 살려 창극단에 취직해 전국을 떠돈다. 그 와중에 '눈먼 소리꾼'을 수소문해 송화와 이따금 마주치지만 함께 살 궁리 따위는 입밖에 내지 않는다.

동호는 창극단의 여배우 단심과 몸을 섞어 아들을 낳은 뒤 훌쩍 중동 건설현장으로 돈을 벌러 떠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번듯한 집 한 채를 짓는다. 방방마다 눈먼 송화를 위한 배려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비로소 동호의 마음이 애틋하게 드러난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남도민요 ‘흥타령’)
평생을 유유자적하며 살았을 부잣집 노인네가 송화의 소리를 들으며 숨을 거두는 장면. 밖에는 매화 꽃잎이 눈발처럼 흩날린다. 이 직전은 송화에게도 자가용을 타고 시각장애인 학교에 다닐 정도로 가장 유복한 시절이었다. 인생, 참 덧없다. 이야기도, 소리도, 영상도 한목소리다. 시사회를 본 후배 감독들이 "컴퓨터 그래픽 아니냐"고 물었는데, 전남 광양군 매화마을에 세트를 지어 찍은 진경이다.

이들을 요즘에 옮기면 밤무대 가수와 반주자쯤일까. 악보 읽기 같은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것도, 음반을 내줄 만큼 확실한 후원자를 찾은 것도 아니다. 이 장르의 인기마저 갈수록 쇠퇴하는 마당이다. 시쳇말로 톱스타가 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눈먼 가수는 소리의 힘으로 살아가고, 홀로 소리 다듬기를 멈추지 않는다.

195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감독은 그 세월을 살아온 사람만이 가능한 정서와 디테일로 재현한다. '천년학'에는 나이 어린 후배들의 얕은 기교를 꾸짖는 완고한 소리꾼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 마지막이 참으로 초라해서 눈시울이 시큰하다.

'천년학'은 그렇게 예술가 영화인 동시에 사랑 영화다. 혈기방장한 요즘 청춘들과는 퍽 달라도, 이 질긴 그리움을 사랑이라고 부를밖에. 두 사람이 마지막 만나는 장면에서 동호는 없는 북채를 손에 쥔 듯 누이의 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동호에게 사랑은 음악의 이유이고, 음악을 통해 사랑과 만난다.

형식을 다시 짚으면, '천년학'은 일종의 구전민담이다. 영화 전체가 그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카더라'의 전언(傳言)이다. 운율적 문어체, 그래서 사설조로 들리는 대사는 이런 인상을 강조한다. 이야기는 나이 든 동호가 선학동 주막집 주인 용택과 하룻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둘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다시 8년 뒤, 거기서 또 5년 뒤, 이런 식으로 시간을 건너뛴다. 이 비약과 생략은 '카더라'의 내러티브라서 자연스럽다. 하기는 선학동이란 이름부터가 학이 훨훨 날아오른다는 민담이다. 주인공들은 연대기적인 정사(正史)로 기록되기는커녕 입에서 입으로 전하다 스러져갔을 인생들이다. 그 끝을 '천년학'의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꿈처럼 그려낸다.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천년학을 날게 한 배우들


'천년학'의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저마다 제 몫을 해낸다. '배우 조련사' 임권택 감독의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용병술'이 돋보인다.

주인공 동호는 영화.드라마에 이어 요즘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로 한창 물이 오른 조재현이 맡았다. 오정해는 '서편제' 이후 14년 만에 다시 송화가 돼 세월만큼이나 농익은 소리를 들려준다.

이들에게는 각각 연적이랄 존재가 있다. 어려서부터 송화를 흠모했고, 지금 동호와 회고담을 나누는 주막집 주인 용택은 '거룩한 계보' '열혈남아'를 거쳐 충무로의 연기파로 급부상한 류승용이다. 동호를 유혹하는 도발적인 창극단원 단심은 오승은이 맡았다. 영화에 낯선 얼굴이면서도, 송화를 향한 동호의 일편단심 때문에 상처받는 비극적 인생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소리를 즐겨 송화를 첩으로 삼는 만석꾼 노인네 백사야말로 인상적인 배역이다. 연극무대에서 뼈가 굵은 80대 배우 장민호가 더하는 무게감이 그 발성처럼 진하게 느껴진다. 소리를 듣는 남다른 귀가 없는 사람이라도 창극단의 조명창이 부르는 '적벽가'가 예사롭지 않은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70대 소리꾼 송순섭이 직접 연기했다.

'서편제'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얼굴은 길거리에서 혁필화를 그리는 낙산거사다. '서편제'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한 안병경의 입을 통해 전편의 사연, 즉 송화가 눈먼 얘기를 들려주는 점은 '서편제'와 '천년학'이 사촌관계라는 표지 같다. 남매의 아버지 유봉 역시 '서편제'처럼 김명곤이 연기할 뻔했으나 문화부 장관이 되는 바람에 마당극으로 유명한 임진택이 맡았다. 젊은 관객에게는 선학동 주막집 안주인도 반가운 얼굴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 고수희다. 송화에 대한 지극한 마음과 달리 아내에게는 구박에 가까운 면박을 주는 용택인데, 고수희가 이를 받아치는 장면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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