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선두는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대역한 이후 임권택 감독과 오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개봉에 맞춰 영화 촬영지인 광양 매화마을에서 진도 관매도에 이르는 남도의 길을 대형 화폭에 그린 30여 점을 18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관산 평촌출신인 김선두는 '천년학'의 원작 '선학동 나그네'를 쓴 소설가 이청준, 시인 김영남과는 동향으로, 미술과 문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매우 친한 사이다.


이번 전시는 또 이청준, 김영남과 함께 만든 화문집 '모든 길이 노래더라'의 출판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그림 속에는 남도의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걷는 나그네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진다. 소리하는 아버지를 따라 보퉁이를 안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남매도 보인다. 또 '공간의 길' 뿐 아니라 '시간의 길', 즉 굴곡진 인생 길을 추상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김선두의 그림은 한국화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된 그림이다. 선(禪)적인 요소가 가득한 이미지들을 간략한 선과 담백한 색채로 표현하면서 간간이 해학과 웃음을 곁들인다.


작가는 "삶은 어쩌면 공간 길이 아니라 시간 길을 걸어오고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길은 다시 갈 수 없기에 애틋하다. 살다 보면 쌓이는 무수한 한을 달래고 넘어서는 육자배기처럼 유장한 곡선이다"라고 말한다.
장지 위에 여러번의 바탕 색을 입혀 스밈과 번짐의 효과를 극대화한 그의 그림은 지난 2월 열린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서 주목을 받았다. 필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한국화 여정에서 한국미술의 경쟁력을 본다.
18∼24일 인사아트센터 ‘모든 길이 노래더라’전.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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