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지 않고 고독하지 않는 우리 노년을 위해


얼마 전, 충북 보은에 80세 이하 젊은이는 출입이 금지된 80세 이상의 고령자만 드나들 수 있는 경로당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젠 80은 되어야 노인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일 게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100세 건강 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구내 9개동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보건소 사업과 별개로 운영되는 이곳 센터의 의미는 말 그대로 ‘100세’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에서도 올해 들어 ‘100세 시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도 국가 정책의 기본 틀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맞게끔 바꿔나간다는 계획으로, 국가정책 전반에서의 패러다임의 전환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100세 시대’ 프로젝트에서 키워드는 건강, 안전, 안정, 자아실현 등 네 가지다. ‘건강’에서는 사전,사후적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유해환경을 개선한다.‘안전’에서는 범죄와 안전사고 예방을 강화하고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를 예방한다, ‘안정’에서는 일자리 등 지속적인 소득창출 여건을 조성하고 취약계층은 사회 안전망으로, 일반 계층은 생애에 걸쳐 자산관리를 강화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뒷받침한다, ‘자아실현’은 평생교육을 통한 자기계발 강화와 자원봉사 활성화를 통한 사회참여 확대 등의 정책방안을 강구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프로젝트가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부의 방침을 보면, 과연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100세 시대’라는 말은 이제는 일상어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100세’가 화두로 떠오른 지 불과 2,3년여 만의 일이다. 100세, 초고령화가 이젠 우리사회의 이슈에서 이제는 ‘중심의 하나’로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뜻한다.

100세와 관련, 흔히 시용되는 말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두 가지의 경우, 즉 ‘건강하게 100세를 살면 축복이 된다, 그러나 소외되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독하게 되거나 만성 질환 등으로 많은 세월을 고통 받게 되는 삶은 재앙이 된다’는 두 가지의 경우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100세 시대는 분명, 우리가 미처 준비되지 못한 뜻밖의 결과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이 100세 시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대책도 없이 노후를 맞이하고 있으며, 100세 시대가 이미 도래된 것처럼 사회가 들썩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문명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0세이든, 120세이든, 우리 인생에서 그 나이의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은 인생의 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말년의 의미를 숫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개성적, 주체적 존재인 것은, 그 존재적 가치가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치’, 존재 의미는 어린이로부터 소년, 청년, 장년, 노년 등 어느 경우에서든 마찬가지로 같은 의미를 지닌다. 어린아이에게 독립적인 인격이 있다면, 노인도 노인으로서 인격이 있다.

노년은 인간에게 말년에 찾아오는, 자연 4계절의 순환처럼 돌아오듯, 그렇게 찾아오는 과정일 뿐이다. 노인을 인간의 한 모습으로 존중하고, 그 가치를 가치대로 인정해주는 것은 순리며, 자연 이치처럼 근본적인 도리이다. 이것이 무너지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물론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전통, 윤리도덕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노인들의 복지가 문제가 되고, 노인들의 처우며 권익 등이 사회 문제화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노인 존중, 노인들에 대한 가치 인정이 무너진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시대, 100세 시대에서 아무리 사회적으로 복지 수급 등의 장치가 제도화되고 지원이 확대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노인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면 아무 쓸모없게 될 것이다.
노인의 존중, 그것은 ‘인간의 이해’ ‘인간에 대한 인격적 처우 보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차원에서 또는 지방정부대로, 사회단체 등에서 노인복지 문제가 고민되어지고 관심도 깊어지고 지원도 확대된다면 그것처럼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리들의 윤리, 가치관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노인사회의 권익보호와 인권의 이해, 우리들의 노인들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노인의 삶. 그것은 우리의 미래의 삶이며, 우리 인간의 진솔한 한 모습일 뿐이다.

인간사회는 처음부터 어린이 장년 노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노년을, 노인을 부정해버리면 인간의 의미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인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그러므로 노인, 노년은 필연적으로 내가 감싸 안아야 하는 살붙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노인의 문제가 우리들의 의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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