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강, 들녘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 5월이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남산은 탐진강 물에 반사되어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고 탐진강변에는 노랑 유채꽃을 비롯한 빨강, 보라, 하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요, 행사의 달이기도 하다. 부모님과 스승님의 은혜를 기리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가하면, 성년의 날과 유권자의 날도 있다.
조금은 생소하겠지만 5. 10일은 제2회 대한민국 ‘유권자의 날’이다.

대의민주제에 있어 국민주권의 가장 중요한 실현수단인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유권자의 권한과 책임에 관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유권자의 날을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5.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정한 것은 해방 이후 선거의 기본인 보통선거를 최초로 실시한 48. 5. 10일을 기념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날임과 동시에 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국민이 통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날인 것이다. 이러한 유권자의 날 제정을 계기로 선거에서의 자율적인 참여확대를 통한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오는 5. 20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날은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 격려하는 날로서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일정한 의례를 통해서 성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다.

금년 7월 1일부터는 성년의 나이가 만 19세로 낮추어진다. 성년이 되면 공법상으로는 선거권, 기타 자격을 취득하고, 사법상으로는 완전한 행위능력자가 되는 외에 친권자의 동의 없이 혼인할 수 있으며 병역의무가 새롭게 부과되는 등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책임이 주어진다. 이처럼 성년의 날은 선거권이 부여됨을 기념하고 유권자의 날은 이를 실현하는 날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겠으며 이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참여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현실은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줌으로써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소중한 투표권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이번 4월 24일 실시된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다.

낮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사전 신고없이 누구나 부재자투표기간 중 해당지역 읍·면·동에 설치된 부재자 투표소에서 간단한 신분확인을 거쳐 사전에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로이 도입하였음에도 세 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41.3%에 불과했다.

이처럼 우리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원선거에서 유권자의 과반수에 훨씬 못미치는 투표율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국민 대표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기념일을 정하여 이를 기념한다 할지라도 이를 실천하고자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없다면 한낱 일회성 행사에 불과할 것이다.

주권재민의 원리를 실현한 1948년 5?10선거를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된 ‘유권자의 날’과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선거참여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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