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 절기다. 하여 이왕이면 가까이 있는 천관산을 가기로 하고 천관산에 올랐다.

오전 9시경 닭봉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햇볕은 한창 뜨겁고 텁텁하고 후덥지근했던 바람은 산들바람이 되어 찜통더위의 열기를 씻어내고 있았다. 이날도 명산인 천관산을 찾는 사람들은 수백 명에 달한 것 같다.

하지만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엔 조금은 이른 기분도 든다.

여전히 한낮은 무덥기 때문이다.
한참을 올라가니 어느새 정상인 연대봉에 올라 사방을 굽어보니 다도해와 크고 작은 섬들의 풍광이 펼져진다. 먼 바다 수평선 위에는 북풍에 견디며 버티고 있는 부류식 김발과 미역양식장의 부류들이 줄지어 하얀 물보라와 어울려 흔들거린다, 바로 정상 아래로는 하얀 억새 또한 북풍에 휘날려 출렁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며 추억 담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정상인 연대봉 삼층탑에서는 단체에서 오는 사람들인지 줄지어 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어대느라 적잖은 사람들이 계단 밑에서 기다린다. 기다리기에 지쳤는지 발길을 돌려 다른 목적지를 향하기도 한다.

억새는 보통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대게 성인 키보다 작고 흰색 꽃이 이삭을 따라 가지런히 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엊그제만 해도 누렇게 익어 자태를 뽐내는 황금 들녘에는 어느새 텅텅 비어 하얀 볕짚 덩어리만 보인다. 산 봉우리마다 웅장하게 늘어선 곳곳의 기암괴석이 수십폭의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다고 위아래 짝 빼입고 소풍가듯 소집품만 달랑 챙겨들고 천관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가을산이 이렇게 변덕스러운지, 올라갈 때는 더운 것을 느끼고 내려갈 때는 서늘하고 땀에 젖은 몸은 춥기만 했으며 어쩌면 산행을 즐기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몸에 익숙하지 않았나 보다. 물병과 오이를 챙겨왔으니 갈증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처럼 가을산행은 따끈한 물과 차를 준비하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요즘 산행은 단풍을 감상하기 위해 오른 사람이 있는가 싶다. 노랗게 물드는 주나무와 쭉동백나무, 갈색으로 변하는 신갈나무도 천관산의 고운 가을을 함께 만들어 주고 있다.
사람들은 곳곳의 단풍의 향연을 바라보며 카메라, 스마트폰 커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지금 천관산은 예년과 달리 변덕스런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산에 오를 때에는 대비를 철저히 하여 산에 오를 것을 부탁하고 싶다.
“낭만과 운치가 맴도는 천관산을 지금 한 번 꼭 올라가 보랑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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