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1년이라는 세월이 가는 앞에서 보람보다는 후회가 더 밀려온다.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다가 잃어버리면 가장 안타까워 하는 것, 그게 시간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것도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는,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내일을 위해서이다.

2015년 역시, 올해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많은 사건 사고들, 그 중에서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그 메르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영단어 앞에서 우리 국민이 노심초사해하고 불안에 떨었으며 나라 전체의 소비경제가  마비되기도 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12월(8~14일) 전국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59.2%가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無道)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이어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6%, ‘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는 ‘갈택이어(竭澤而漁)’가 13.6%로 뒤를 이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라고 한다.
올 한 해 대한민국 정치도 큰 틀 속에서 보면 혼용무도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무능를 잘 보여준 메르스 사태, 그리고 정치판에서의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는 혼돈의 정치상을 잘 보여준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메르스 사태로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가 그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준 데서 비롯됐던 것이다. 그 여름의 악몽, 메르스가 끝났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혼돈의 와중에서 흘러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부초처럼 떠돌고 있다. 그 속에서 뒤죽박죽 집안싸움도 점입가경이다.

하여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은 씁쓸하다. 국정이든, 자치행정이든 국민이 주민이 믿을 수 있는 구심점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 장흥군은 어찌했는가. 연초부터 불거진 전임 군수시대에 있어진, 사상의학 체험랜드 사업 문제점이며 바이오 산단의 미분양시 장흥군이 모두 떠안는다는 당초의 계약이 불거지면서 올 한해의 군정을 옥죄게 했다. 거기에다 군수의 선거법 위반의 재판이 길게 끌어지며, 혼신으로 하나가 되어도 부족한 판에, 군수의 영이 서지 않는 무질서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잦은 인사며, 고위 공직자들의 탈선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혼용무도’의 판은 장흥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라 할 수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한 얘기가 떠 오른 것은 무엇때문일까.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죽기 전 했다는 감동적인 말이라며 페이스북에 수없이 공유되는 얘기... 그 중 한 대목이다. “The wealth I have won in my life I cannot bring with me.(내 인생을 통해 얻는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What I can bring is only the memories precipitated by love.(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뿐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가 했다고 해서 더욱 큰 감동으로 와 닿는 말이었다.
이를 공유와 공생의 의미로 파악한다.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유, 공생이 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시인 롱펠로우(H.W. Longfellow) ‘인생찬가((A Psalm of life)’라는 시를 다시 듣는다.

“비통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한낱 허황된 꿈일 뿐이라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며 세상 만물은 보이는 대로의 것이 아닌 것이거늘/ 인생은 실재하는 것, 인생은 진지한 것, 무덤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란다. 당신은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것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목적이나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행동하라, 그것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찾게 해 주리니//

예술은 길다. 그러나 세월은 쏜살같이 가 버린다. 우리의 심장은 힘차고 용맹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천으로 감싸놓은 북처럼 무덤으로 가는 장송곡을 울리고 있다/ 세상이란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이란 야영지에서, 말 못하고 쫓겨 다니는 짐승같이 되지 말고 투쟁하여 승리하는 영웅이 되거라/ 아무리 즐거운 것일지라도 미래는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자기의 죽음을 묻어두게 하라.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일어나 행동하라. 우리 안에는 심장이, 머리 위에는 하나님이 계신다”(이하 생략)

오는 새해 우리 모두 위와 같이  우리 스스로의 운명의 주인으로서 롱펠로우가 말하는 그 같은 ‘영웅’처럼 결연히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어려움을 굳세게 헤쳐 나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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