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는 새하얀 어둠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두꺼운 이불 속에서 두 눈에 눈꺼풀이 일어서기를 기다리지만 두 눈이 주저하는 동안에 문 밖 건너편 부엌에서 어머니의 도마 위 칼질 소리가 타악기의 음률이 되어 두 귀에서 나래 짓을 합니다.

끝날 것 같지 않는 어머니의 도마 위 칼질 소리는 어린 아이에게 안겨오는 어머니의 뭉컹한 엄마 내음으로 가난함 속에 넉넉함이자 아늑하고 따사로운 행복함으로 귀 밑까지 차오르게 하던 어린 날의 화사함이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날에 소원하는 소망들을 가슴 한 가득 품고서 소등섬에 가면 어린 날을 화사하게 했던 어머니의 도마 위 칼질 소리를 듣습니다.

숨이 헉헉 막힌 삶의 어느 날에 무심코 와도 수평선에는 일출이 일렁이고 일몰이 먼 산허리에서 검붉은 노을로 눈물을 태워주기도 합니다.

두 손이 시리고 코끝에서 추위가 덜컹거릴 때 소등섬에서는 굴이 구워집니다.
날치 알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톡톡 터트리며 우유 빛 굴은 발끝에서 저려오는 내일의 이야기를 추억으로 엮어내어 주기도 하고, 소등 할매 전설이 박힌 소등섬에는 소원하는 소망을 부여안아 주기도 합니다.

소등섬은 영화 이야기가 있는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문득,
누군가가 그립거들랑,
문득,
무언가 가슴을 치는 허전함이 있거들랑,
햇살이 일렁이는 소등섬에 와서 그대 이야기를 엮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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