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 섬 바닷가에 있는 우체국은
저 넓은 바다가 편지지다.
쉼 없이 늘어놓는 바다 이야기를
빨간 우체통에 살며시 집어 넣는다.
삼십 촉짜리 백열등 밝혀 놓고
밤새 뒤척이며 다복다복 쓴 편지
집배원 아저씨는 덤으로 바다를 통째로
자전거 배낭에 가득 채우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씽씽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바닷가 소등 섬 우체국에는
언제나 사람냄새가 풀풀나고
봉창문을 힘것 밀고
들어오는 비린내에
날마다 부풀어 오른 편지 봉투 속처럼
아늑한 우리들의 바다 우체국
이젠 반갑다고 인사 나누던
새들도 다 떠나고
그 옛날 아련한 추억만 남은 소등 섬
소등 섬 빛바랜 우편함을 열어보니
저 푸른 바다를 아슴아슴 건너온
편지 한통
새처럼 웅크리고 앉아
밤새 편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헌기는 장흥교도소 보안과에 근무하는 교정 공무원이다. 공무원문학상, 농촌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창작의 열정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동인지 “별곡문학”“장흥문학”지에  작품을 게재하였다. 2016년 첫 시집“못난 것이 어미란다”를 상재하여 문학성을 공유하였다.
장흥의 서정과 경관을 즐겨 주제로 삼아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소등섬 우체국”은 용산면 남포마을의 명소인 소등섬을 형상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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