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남산공원은 오래도록 상징성이 있는 명소였다. 처음으로 서울을 구경하는 지방 사람들이 꼭 구경해야 하는 명소가 창경원(창덕궁)이었고 남산공원이었고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는 먹거리가 한일관의 불백이었다. 한양의 대표적인 관청이었던 경복궁의 남쪽방향 ‘안산’이었던 낮은 산을 ‘남산공원’으로 지칭하여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처로 가꾸었듯이 전국의 도시 근처에는 남산공원의 명칭을 지닌 자연 휴식처가 제법 많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이들 공원들은 그 지역이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과 연계되어 있으며 어떤 종류의 도시 계발에도 그 존재성을 지켜 왔다.

장흥의 읍내에 위치한 남산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장흥부 동헌(현, 장원연립주택)에서 남쪽 방향의 ‘안산’인 나지막한 산녁이 바로 남산공원으로 지칭되어 오래도록 군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우리들 모두가 기억하고 있듯이 해마다 4-5월이 되면 남산공원의 만개하는 벚꽃을 감상하고 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웃군인 강진군에서도 줄지어 찾아오곤 했었다. 벚꽃의 계절에는 남산공원의 길목은 춘색이 완연한 서정을 향유 하는 인파가 있었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냄새가 그윽한 정경이 연출 되었다.
계절마다 소박하지만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는 공원길에는 가을이면 소름 돋을만한 애기 단풍의 서정이 연출된다. 군민들은 혹여 잊고 있어도 공원의 식물들은 의연하게 계절의 정경을 되풀이 한다. 마치 우리는 언제나 여기 있다는 것 처럼.

이제 곳곳에 벚꽃 꽃길이 조성되고 향유하는  자연 환경의  소재들이 다양화 되어서 예전의 인적들은 찾아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남산공원의 역사와 문화와 서정과 경관이 퇴색된것은 아니다. 남산공원에는 독지가가 기증한 팔각정이 있고 그 팔각정에서는 장흥 읍내를 가장 선연하게 조명하는 시야가 열린다. 억불산의 며느리 바위가 보여 주는 산녁의 조형미를  최고로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 남산 공원이다.

장흥 서원書院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예양서원이 소재하고 장흥부를 수성하던 장졸들의 위패가 봉안된 영회당과 한량들이 풍류와 국궁의 기량을 다투던 흥덕정의 이야기가 있고 민족 종교의 장흥 본산인 천도교 장흥교구본당과 드디어 갑오동학농민혁명의 불꽃이 타오르던 혁명기념탑과 기념관이 위치한 역사적 유적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석대들녁의 치열하고 의로운 희생의 역사가 눈 시리게 다가오는 길녁이 남산공원이다.
공원의 아랫마을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는 5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가옥들이 현존해 있어 시간 여행이 가능한 골목길이 있다.

장흥문예회관은 그 접근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그간 장흥의 전시, 공연,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여 군민의 문화 향수 그 수준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장흥읍사무소가(읍장.백형갑) 추진하여 장흥의 가사문학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가비림이 조성되어 문예적 품격을 더해 주고 있다.
그래서 남산공원은 작지만 계절의 서정과 역사의 이야기와 문예의 향기가 더해지는 보석같은 자신이다.
이제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역사향기 숲 공원”의 조성 사업은 위의 역사,문화, 자연의 경관을 염두에 두는 보존과 계발의 양면성을 심도있게 검토하여 시행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장흥군이 역사 향기 숲 공원의 조성에 제시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현장의 전문가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제안을 폭 넓게 수용 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일 것 같다. 탁상 공론이나 외부 용역업체가 주도 하는 사업 시행을 지극히 경계한다.
어떤 사업이라도 군민과의 공감대가 형성 되어야 한다. 이 사업이 지향하는 주제인 토요시장을 찾는 외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려 소득과 연결 하는 사안도 중요 하지만 이 지역에 삶의 터를 갖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상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꾀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남산공원이 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개성이 복원되고 그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은 심도 있는 실시 설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역사향기 숲 공원 조성 사업의 선결 조건은 보다 광범위한 현장 조사 그리고 남산공원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장점들을 살리면서 주제를 반영 하는 과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안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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