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쪽액반물 염색으로 ‘예술’과 ‘마케팅’을 섭렵하다. 

●●●장흥 토요시장의 색감色感있는 공방 “옛골 박순진”
장흥토요시장은 전국적인 명소로 회자되는 남도의 장터이다. 주말이면 6,000여명의 관광객들이 모여 들어 연간 60여만명이 방문하는 미감味感과 미식美食과 시감視感을 향유하는 감성의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1년여동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방문객의 행렬이 주춤하는 추세이지만 ‘멈춤’과 ‘거리두기’에 지친 방문객들은 방역수칙을 엄수하면서 주말의 토요시장 그 골목을 찾아 지치고 답답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잊고자 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장흥 토요시장의 상가에는 고소한 삼합 요리의 냄새와 엄니, 아짐들이 텃밭에서 수확하여 소쿠리에 담아온 봄 냄새 배어있는 푸성귀의 향긋함이 오감을 자극한다. 그 상가를 돌아보는 길목에는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들이 건강하고 싱싱한 형용으로 발길을 잡는다. 그래서 토요시장에서는 발길을 재촉할 수가 없다.

그렇게 향유하는 상가의 한켠에 문득 그윽하게 다가오는 가게가 있다.
가게 앞에 진열된 옷들이 그 색상과 디자인과 색감이 예사롭지가 않아 보여서 꼼꼼히 들여다 보면 홈패션에서부터 현대적 감각의 양재洋裁 개량 한복과 언뜻 보아도 색감이 은은하고 정감있는 천연 염색 소품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게라기보다는 미적 감각이 느껴지는 공방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공방이 행복한 염색장이를 자처하는 옛골 박순진(58) 대표의 작업장이자 판매장이며 교육 체험장인 일터이다.

●●●장흥 토요시장 개원과 함께 입점한 “행복한 염색장이”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알리다.

박순진 대표는 토요시장의 개원 당시 입점하였다. 당시 장흥군에서는 남도의 전통 주말 시장이라는 컨셉을 도입하면서 먹거리, 볼거리와 더불어 예술적 취향의 관광객들 취향에 부합하는 공방을 겸한 천연염색 가게를 박순진 대표에게 제안하였다.
박순진 대표는 진즉부터 장흥에서 도예와 천연염색의 작업을 선도하고 있으면서 그 분야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알음 알음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였다. 그것은 모험이었다. 누가 보아도 토요시장은 먹거리 위주의 주말 장터였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장터에는 주말마다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모여 들어 골목마다 그야말로 사람의 물결이 흘러가는 듯 했다. 삼합 요리를 파는 식당마다 성황이었고 덩달아 장흥 특산의 곡물, 소채, 버섯, 약초, 해수산물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 먹거리 위주의 장터에서 전통천연염색의 공방은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순진 대표는 그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이미지를 심어 주어서 그들의 감성에 “전통천연염색”과의 조우의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겠다는 마케팅을 구사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상호의 일부가 ‘행복한 염색장이’였다. 약간은 생소하고 까다로울 것 같은 전통천연염색이 왜 행복한 행위인가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박순진 대표의 전략은 물결처럼 파급이 되기 시작했다. 오며 가는 관광객들이 전통발효 쪽액반물로 염색된 소품의 그 깊이 있는 색감에 발길을 멈추었고 더불어 행복한 염색장이와 대화를 트면서 지경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방송가에서 명인 대우를 받는 박순진 대표
박순진 대표의 공방은 그 외양은 소박하다. 그러나 16년째 토요시장을 지키면서 쌓아온 외 길 전통천연 염색과 홈패션 개량 한복 짓는 작업의 진가를 먼저 발견한 것은 방송가였다. 특히 사극 드라마의 연출자들이 박순진 대표의 전통천연염색 기법을 주목 하였다. 사극의 전개에서

리얼리티의 구현이 지극히 필요한 전통의상이  너무 화려해서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시청자의 지적과 고증이 필요한 전통의상의 색감을 재현 할 수 있는 장인匠人의 손속이 필요했다. 
박순진 대표의 전통의 발효 효소를 활용하는 쪽액 반물기법의 천연 염색으로 다시 태어나는 직물이 빚어내는 은은함, 깊이와 여운이 있는 색상은 창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여 사극의 의상으로 채택된 박순진 대표의 염색 작품들은 시대적 의상의 개성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순진 대표가 의상 감독으로 혹은 협찬으로 참여한 사극 드라마는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대표적으로는 ‘구름이 그린 달 빛’(kbs-박보검 주연), ‘역적’, ‘구가의 서’, ‘홍길동’, 수목 드라마인 ‘넌 내게 반했어’(mbc) 등이 꼽힌다. 
박순진 대표의 희소성 있는 전통의 재현 작업은 tv프로그램의 교양, 다큐, 기록 분야에서도 손짓을 하였다. ebs 창사기념 전통염색과 의상 편, 기록 드라마 ‘제자백가’의 의상 협찬, 아리랑tv의  한국의 색 득량만편, k-tv의 반물 쪽 염색, kbc의 반물 염색 등 그의 외롭고 고단했던 작업은 이렇게 조명을 받으며 사람들의 화제에 올랐다. 16년째 토요시장을 지키고 있는 박순진 대표의 작업장은 직물, 염색, 의상 분야의 업계에서는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 염색장이 공방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박순진 대표가 염색하고 디자인 하여 제작한 홈패션 개량 한복의 수요도 증가 할 수 밖에 없었다.
박순진 대표는 방송 협찬과 출연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늘어나는 수요와 매출의 상승은 현재의 공방에서는 감당 못할 정도가 되어서 그이는 공방 겸 체험장과 염색 작업장 등의 시설을 보다 넓고 여유있게 개방하고 공유 할 수 있는 계획을 추진하고 장동면 만수리에 대지3,000평 건평 100평을 신축하고 일본에서도 찾아온 관광객을 상대로 천연염색을 교육하기도 한다.

●●●주침야학晝針夜學의 소녀시절-양재洋裁의 기능에 눈을 뜨고
-국내 전통발효 쪽액 반물 염색의 명인으로 대접 받다.

박순진 대표의 어린 시절은 여유롭지 않았다. 그의 고향인 완도읍 화흥리는 옹업과 어업이 반반이지만 그다지 풍요로운 지역은 아니었다. 가족은 부모님과 4남4녀 8남매의 대 구성이었다. 그는 딸로는 막내였고 아래로 남동생 둘이 있었지만 매사에 양보하고 뒤처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시대 농촌의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쉽고 척박한 삶의 일상을 고민하지 않고 견디었다. 그 행간에 어머니의 존재는 늘 위안이었고 버팀목이었다. 어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 그래서 마을의 바느질 일감이 그치지를 않았다. 그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었을까. 그는 15세때부터 바느질 일감을 손에 쥐었고 어른 못지 않은 손속을 보여 주었다. 바느질 일감만 잡으면 사춘기의 스산스러운 감정들이 고요하게 잦아지는 것 같았다. 중학교를 졸업 후 진학할 형편이 되지 않았으나 소녀는 용기를 내었다. 부산시의 봉재공장에 취업을 하고 밤에는 야간 산업고에 진학하여 공부 하겠다는 소신을 관철하였다. 그야말로 주침야학晝針夜學의 쉽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그는 즐겁게 현실에 도전한 것이었다. 봉재는 단순한 노동이었지만 그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고 결코 나정내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당시 청바지의 염료였던 인디고(Indigo Denim Color)에 관심이 가기 시작 했다. 지구촌의 청소년들을 열광 시키는 데님의 인디고 색상은 과연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한국의 염료 그것도 전통이 있는 천연 염료에 빠지기 시작 했다. 박순진 대표는 26세에 양재와 전통한복 1급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전통 염료인 쪽액 반물 염색 학습에 진력을 다 하였다.
박순진 대표가 소녀 시절의 꿈과 열정을 양재와 염색 외길로 정하고 달려온 세월 30여년, 이제 그는 한국수공예기능협회 전통천연염색분과위원장의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각급 대학의 객원과 시간으로 강의를 맡아 전통천연염색을 강의하고 있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전통염색의 권위자로 대접받는 것은 그간의 치열한 노력의 반증일 뿐이다. 그래서 천연 염색 자격을 취득 하고자 하는 애호가들은 박순진 대표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박순진 대표의 공방에는 전통을 계승하고자 하는 전국의 장인들이 문을 두드린다. 그가 보유한 기능과 손속을 이어 받고자 해서이다. 그 과정은 엄격하고 수업료는 비싸다. 그래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업계에서의 박순진 대표의 위상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산속의 컨테이너에서 시작한 공방
-100여평 한옥 공방과 150여평의 작업장 준공
-남도의 문화적 상징인 판소리 수묵화 전통염색의 큰 그림을 지향하다.

박순진 대표가 열었던 공방은 장흥의 산 속 컨테이너 한 채였다. 산 속의 경관과 서정을 향유할 겨를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도예와 염색의 희망을 붙잡고 정진하였다.

그리고 토요시장에 입점한 터줏 대감의 공방으로의 세월도 어언 16년째 그 세월의 틈새에서 부침을 거듭하면서 박순진 대표가 꾸었던 꿈이 있었다. 남도의 문화적 상징인 판소리, 수묵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통 염색의 맥을 진흥 하여 대중화의 계기를 조성하는 꿈이었다. 그 꿈을 위하여 박순진 대표는 혼신을 다 하였다. 공방에서의 작업, 제품의 판매, 방송 협찬과 출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일정, 천연염색 자격증 지원자 교육 등 빡빡한 일정을 쉬임없이 소화하였다. 그 결과 년간 15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박순진 대표는 지금 장동면에 3,000여평의 부지를 마련하고 100여평 규모의 한옥 공방과 체험장을 준공하였다.
안양면에는 150여평 정도의 작업장도 마련하였다. 쉽지 않은 투자였지만 박순진 대표의 꿈을 형상화하는 그림이어서 한없이 기쁠 뿐이다. 이 공방과 체험장, 작업장은 앞으로 박순진 대표만이 보유하고 있는 ‘전통 발효 쪽액 반물 염색’의 기법을 전수하고  대중화하여 남도의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아직도 토요시장을 지키고 있는 행복한 염색장이
먹거리 천국의 장흥 토요 시장. 그 구수한 냄새의 골목에서 문득이다 싶게 쪽빛의 직물들과 만날 수 있는 즐거움, 쪽빛, 쪽색은 장흥의 가을 하늘 혹은 회진포구의 파도 색깔을 닮고 있다. 그래서 설레이고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그 창연하고 은은한 쪽 염색의 홈패션과 개량한복 소품들이 우리를 반겨 준다. 고가의 제품은 3백만원을 호가하지만 개량한복은 5~6만원이고 스카프, 모자 등 천연 염색의 직물을 골라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방, 옛골 박순진은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정리,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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