坐書懷(독좌서회)[2]/순암 안정복
세상일은 구름 같아 모두가 환망이요
인심은 거울같이 연마를 요구하는데
흥겨워 동고에 옮겨 흐르는 물 보누나.
世事如雲都幻妄    人心似鏡要磨硏
세사여운도환망    인심사경요마연
詠歸高興今猶在    徙倚東皐玩逝川
영귀고흥금유재    사의동고완서천

두 번째 서회는 학문적인 성숙과 가족의 안위였겠다. 예리한 필봉은 이 대목의 서회에서 무디었던 일필휘지는 예리한 칼날이 되고 말았을 것이니. 남겨놓은 글이 없을 때 무한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다음은 뻔뻔한 후진이 없을 때 앞으로의 장래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남겨놓은 흔적과 안타까운 후예의 걱정을 본다. 흥에 겨워 읊고 돌아가니 지금도 남아있는데, 동고에 옮겨 기대어 흘러가는 물을 바라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사람 마음은 거울과 같아 연마를 요구하네(獨坐書懷) 제목을 붙여 본 율(律)의 후구인 칠언율시다. 

작가는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1791)으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80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학문연구와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몸가짐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다. 이익의 가르침을 받는 한편 성호학파의 여러 학자들과 어울려 실학의 사상적 영역을 더욱 든든하게 넓혀나갔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세상일은 뜬구름과 같아 모두 환망이요 / 사람 마음은 거울과 같아 연마를 요구하네 // 흥에 겨워 읊고 돌아가니 지금도 남아있는데 / 동고에 옮겨 기대어 흘러가는 물을 보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홀로 앉아 회포를 적다2]로 번역된다. 전구에는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나니 별세계요 / 영장 일곡은 전생의 인연이네 // 푸른 산 그림자 속에 지팡이 짚고 서있고 / 꾀꼬리 소리 가운데 잠을 잔다]고 했다. 사람을 지칭하는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인 영장의 일곡에 대한 큰 회포를 써보았음을 안다. 이것이 진정한 회포였으리.

시인은 세상에 대한 부운의 허망을 생각하더니 부지런히 연마하는 자기 수양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시상을 만지작거린다. 세상일은 마치 뜬구름과 같아 모두 환망일 뿐이요, 사람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꾸준한 연마를 요구한다고 했다. 전생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현세의 자기 연마의 중요성이란 생각 주머니가 넉넉해 보인다.

화자는 현세의 부단한 노력을 가슴에 품어야 된다는 자신감에 차있음이 오늘에 느끼는 회포였음도 알게 된다. 흥에 겨워 읊고 돌아가니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동쪽 언덕에 가만히 옮겨 기대어 흘러가는 물을 본다고 했다. 물은 해탈解脫과 달관達觀의 극치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였음을 수많은 시문에서 읽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세상 일 뜬 구름 같아 사람 마음 거울 같아, 흥에 겨워 읊으면서 흘러가는 물에 묻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世事: 세상의 일. 如雲: 구름과 같다. 都幻妄: 모두가 환망이다. 人心: 사람의 마음. 似鏡: 거울과 같다. 要磨硏: 연마를 요구하다. // 詠歸: 돌아가면서 읊다. 高興: 높은 흥취. 今猶在: 지금도 오히려 있다. 徙倚: 의지해 옮기다. 東皐: 동고. 동쪽 언덕. 玩逝川: 흘러가는 물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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