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人(송인)/고담 이순인
한 말 술로 오늘 저녁 우리 서로 만나서
어느 곳에 서로 가장 그리워해야 하나
옛날의 달빛이라면 소쩍새 우는 그 때겠지.
一 墫今夕會    何處最相思
일준금석회    하처최상사
古驛逢明月    江南有子規
고역봉명월    강남유자규

이별의 그리움을 붓으로 쓴다면 한 권의 책이 되었을 것이고, 눈물로 채웠다면 술항아리로  하나 가득 찼을 것이다. 이별하는 그 장면도 마찬 가지이겠지만, 이별하고 난 뒤의 아픔은 더욱 클 수밖에 없으리. 시적 화자가 여성이라면 떨리는 감정이 극에 도달하는 몸부림이었겠고, 남성이었다면 한 말 술도 부족했을 것이다. 옛날의 역 밝은 달빛 아래서 나눈 이별주였다면, 아마도 강남의 소쩍새 우는 그때였을 것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느 곳에서 만나든 서로를 그리워해야 할까 보네(送人)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고담(孤潭) 이순인(李純仁:1543~1592)으로 조선 중기의 문인이다. 1572년(선조 5)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들을 역임하였던 인물이다. 1592년(선조 25) 예조참의에 올랐는데, 임금이 의주로 피난하게 되자 중전과 동궁을 호위해 피난하다가 결국 과로로 병이 들어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말 술로 오늘 저녁 우리 같이 만나서 / 어느 곳에서 만나든 서로를 그리워해야 할까 보네 // 옛날의 역 밝은 달빛 아래서 나눈 이별주였다면 / 아마도 강남의 소쩍새 우는 그 때이겠지]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지인을 보면서 / 한 말 술로 오늘 저녁에는]으로 번역된다. 친구끼리 만나서 헤어지는 장면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모습이 선하다. 술잔을 앞에 놓고 권하거니 받거니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한 마디씩 던지는 이별주는 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정성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도 그 정도는 아마도 같았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인은 친구와 헤어지는 심정은 차마 보낼 수 없다는 한 마음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시상의 밑그림이 잘 그려진다. 한 말 술로 오늘 저녁 우리 같이 만나서, 다시 어느 곳에서 서로를 가장 그리워해야 할까라고 했다. 헤어지기가 너무 섭섭하다는 말과 함께 그 이별이 다시 재회의 기쁨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화자는 오늘의 이별이 과거의 이별과 대비해 보는 순수성을 나타내 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옛날의 역 밝은 달빛 아래서 나눈 이별주였다면, 아마도 강남의 소쩍새 우는 그때였을 것이라 했다. 아마도 소쩍새가 우는 화창한 봄날이었음을 떠올린다. 과거를 떠올리면서 현재에 대한 서운함과 미래를 살며시 예견하는 아픔으로 치환해 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한 말 술로 오늘 저녁 그리워서 서로 만나, 밝은 달빛 이별주를 소쩍새 우는 그 때를’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一墫 : 한 말 술. 今夕會: 오늘 저녁에 만나다. 何處: 어느 곳. 最相思: 가장 서로 그리워할 것이다. 상사의 뜻이 최고조였을 것이다. // 古驛: 옛날에는. 逢明月: 밝은 달밤에 서로 만나다. 과거를 회상해 보는 시상이다. 江南: 강남. 곧 강남으로 갔던 (소쩍새). 有子規: 소쩍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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