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창고에서 포대 바꿔치기 수법으로 국산으로 둔갑된 중국수입쌀, 하단부에 중국 국적표기가 보이고 오른쪽은 참깨포대이다.<<사진 장흥타임스 제공>

농산물품질관리원 장흥출장소(소장 유정기)와 장흥군 농민회(회장 백종래)는 지난 4월 18일 밤 10시 30분, 장흥읍 삼산리 소재 정모씨 소유 양계장 창고에 충남의 번호판를 단 5톤트럭이 중국산 쌀 10kg들이 포대 1천여개를 싣고 들어오는 것을 적발했다. 이어 장흥군농민회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농산물품질관리원 장흥출장소 직원과 장흥경찰서 중부지구대 직원들이 들이 닥쳤고, 이들은 창고현장에서 중국산 쌀 포대를 국산 포대에 옮겨 담는 작업을 진행는 모습을 목격했다.

현장 창고에는 중국산으로 표기된 밥쌀용 쌀 10kg들이 종이포대 1천여 개가 쌓여 있었으며 중국산 참깨 30kg들이 40여포대도 함께 발견됐다. 이들은 중국산 종이재질의 연한 연두색 쌀 포대를 국산 PP포대에 옮겨 담는 작업과 밥맛을 고려하여 찹쌀을 10~20%를 섞는 작업과 함께 참깨도 국산 포대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다 적발됐다.

농민회원과 경찰,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들은 현장주변을 수색하여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중국산 빈포대를 소각 매몰한 현장을 찾아내고 여기에서 중국산 빈종이 쌀포대 30여개도 찾아냈다.

문제의 양계장은 장흥읍 예양리 소재 모 건재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직접적인 작업은 관산읍에 거주하며 미곡상을 운영하는 위모(70세, 여)씨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양계장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수년전까지 미곡상을 경영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위씨와 정씨가 동업자관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주도한 위모씨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장흥출장소에서 밤샘조사를 받았으며 여기에서 위씨는 “돈이 없어서(돈을 벌기위해) 처음으로 이런 일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장에서 수거한 빈포대 등에는 지난 1월과 2월 중국에서 제조된 종이포대가 따로 있는 점을 들어 추궁한 결과 지난 4월 1일 300포대, 그리고 18일 1천여포대를 부산에서 들여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회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은 현장에 깊은 소각용 구덩이가 있는 점 등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두 번이 아니라고 결론짓고, 집중 추궁하여 그동안의 유통실태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장흥농산물품질관리원 조용섭씨는 “위씨는 소규모 미곡상을 운영하면서 원산지 표시위반으로 수차례 조사를 받아왔던 사람이며 검찰에서도 소규모라는 점을 들어 2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다”고 말하고 “그동안의 횟수와 량을 파악하기 위해 전라남도 농산물품질관리원 수사관의 협조를 얻어 유전자감식 방법 등을 동원하여 전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농민회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수입쌀이 우리지역에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미소, 미곡상, 식당, 떡방앗간 등을 돌며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하여 판매되는 현장을 찾아 봤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이날 기어코 현장을 적발한 것이다.

양계장 내에는 중국산 쌀과 찹쌀을 섞어 팔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대 35개(20kg들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각장 주변에는 중국산 쌀 빈 포대가 많이 쌓여있던 것으로 알려져 수입쌀 둔갑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입쌀 포대갈이 방지를 위한 기자회견

장흥군청 현관앞에서 수입쌀 재포장과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농민연대와 장흥군의회, 농업관련 단체 관계자들.<사진 장흥타임스 제공>

이어 19일 오후 2시 장흥군청 현관 앞에서 장흥군농민연대(농민회, 장흥군농업경영인회)는 수입쌀의 포대갈이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장흥군농민회(회장 백종래)와 장흥군농업경영인회(회장 이태상) 등 농민연대회는 장흥군 관계자, 장흥군의회 의원, 농협관계자 등 참가한 가운데 ‘농민 죽이고 소비자 죽이는 포대갈이, 부정유통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농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중국산 밥쌀용 쌀이 국산으로 둔갑, 유통되는 동안 감독기관인 장흥군과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손을 놓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의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수입쌀 부정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설 때까지 수입살 유통은 전면 중단해야한다. 이것이 국산 쌀이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전남도와 장흥군은 이렇게 깊이 파고든 수입쌀 부정유통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긴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부정유통이 발생된 지역의 담당공무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장하고 ▲부정유통 근절대책을 세울 때 까지 수입쌀 유통을 전면 중단하라 ▲정부와 국회는 수입살 재포장과 혼합미를 인정한 양곡법을 개정하라 ▲전남도와 장흥군은 수입쌀 유통전반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관리를 시행하고 부정유통이 발견된 담당 공무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흥군의회도 김현수의장이 낭독한 ‘수입쌀 국산 둔갑에 대한 장흥군의회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오늘 우리는 그동안 FTA 체결을 반대하면서 농산물 가격하락과 수입산이 국산으로 유통되는 것을 우려해 왔는데. 우리 군에서 중국산 쌀을 국산으로 재포장하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에 허탈한 심정과 함께 우리 혼을 잃어버린 행위에 대하여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고 주장하고 “장흥군이 친환경 청정지역으로서 ‘05년과 06년 연속해서 친환경 농업대상을 수상하여 우리지역 농산물의 대외적 이미지를 다져가는 시점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하여 장흥군의회는 유감으로 생각하며, 농산물품질관리원은 관련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착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의회는“장흥을 수입쌀이 없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 군민의 뜻을 모아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이 자리를 통해 천명하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수입쌀을 국산으로 재포장하다 적발된 장흥읍 삼산리 양계장 창고 현장을 방문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